새 백신 프리베나13으로 폐렴 예방 확실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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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건강은 인류가 당면한 새로운 숙제다. 폐가 약한 고령 인구가 확대되고 있고, 수퍼 박테리아에 대한 공포도 늘었다.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닷새 동안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호흡기학회(사진·ERS·The European Respiratory Society)’에도 3만 명 가까운 세계 연구진이 몰렸다. 폐렴 치료보다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다.

가장 많은 연구진이 몰린 섹션은 폐렴구균 감염 예방을 위한 백신 부문이었다. 특히 최근 개발된 PVC13 백신(화이자제약 프리베나13)에 관심이 집중됐다. 폐렴을 옮기는 균은 약 90여 종. 프리베나13은 이 가운데 발병률이 높은 13가를 추려 이 균의 감염을 예방한다. 이 가운데는 항생제 내성이 높은 폐렴구균도 속해있다.

 이전에 나온 백신과 달리 한 번만 접종하면 평생 면역력이 유지된다는 장점도 있다. 백신에 단백질 성분을 주입해 체내 세포에 더 잘 붙도록 했고, 항체를 보관할 ‘메모리 셀(Memory Cell)’을 형성해 면역력을 더 오래가게 한다는 것이다.

 해외 연구진은 주로 ‘듀얼샷(Duel shot)’을 권한다고 말했다. 30년 전 개발돼 현재도 쓰이고 있는 폐렴구균 백신은 5년에 한 번 접종해야 할 정도로 면역력 유지가 약하다. 대신 프리베나13보다 더 많은 23가의 폐렴구균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학회에 참석한 한 프란치스코 블라시 밀라노대의대 교수는 “이탈리아에선 프리베나 13을 먼저 맞게 한 뒤 8주 뒤에 23가를 접종할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프리베나13의 메모리셀에 23가의 백신을 맞혀 더 많은 항체를 입력시키는 전략이다.

국내에선 현재 59개월 이하 영·유아에 대해 프리베나13 백신 접종을 정부가 지원한다. 65세 이상 성인은 이보다 앞서 지원하고 있어 등록된 23가 백신만 무료로 접종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버 세대 진입을 앞둔 40~50대도 폐렴구균 백신을 미리 맞아둘 필요가 있다. 특히 급성중이염이나 수막염·균혈증 등 각종 침습성 질환을 사전에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학회에 참석한 한림대의대 강남성심병원 김동규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만큼 폐렴구균 백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응급상황을 고려해 나이와 상관없이 미리 접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발표자인 다이아나 스톨즈 바젤대의대 교수는 “응급실에서 숨지는 환자의 76%가 급성폐렴”이라며 “젊을 때 미리 접종하고, 특히 흡연자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백신을 맞아야 병원 내 폐렴구균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미 폐렴구균이 몸에 들어와 있다면 백신을 맞아봐야 소용없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스톨즈 교수는 “최근 나온 백신들은 몸에 들어와 있는 균이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도 한다”며 접종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백신 접종 비율은 아직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65세 이상 폐렴구균 예방 백신 접종률은 2010년을 기준으로 0.8%다. 같은 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조사한 동일한 연령대 성인의 접종 비율은 64.7%였다.

뮌헨=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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