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흡수 아닌 평화통일 추구 남북 고위급 회담 재개 땐 제재 풀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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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호 01면

박근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의 정종욱 민간 부위원장은 “북한이 제2차 고위급 대화에 나온다면 정부는 5·24 제재 해제를 포함해 남북관계 활성화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동시에 우리 정부도 북한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정종욱 통일준비위 부위원장

그는 중앙SUNDAY와 24, 27일 두 차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박 대통령의 통일관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통준위의 활동 방향을 공개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은 통준위 활동을 주도하며 정부의 대북 전략 마련에 참여하고 있다.

정 부위원장은 “북한은 과거 천안함 폭침과 금강산 관광객 사살에 대해 사과 비슷한 의사를 표명할 뜻을 비춘 바 있다”며 “북한이 고위급회담에 나와 그같이 한다면 우리도 5·24 제재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인도적 지원 확대 등 전향적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니 북한은 빨리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했다.

통준위는 박 대통령이 국정 화두로 던진 ‘통일대박론’의 비전과 방법론을 제시하기 위한 기구로, 박 대통령과 정 부위원장을 포함해 총 50명의 위원으로 7월 15일 출범했다.

정 부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통일관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흡수통일 아닌 평화통일을 추구하며, 북한을 대화·협력의 대상이자 통일의 동반자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핵 문제를 맨 앞에 뒀던 전 정부와 달리 이를 조금 들어 (옆에) 놓고 환경 같은 작은 분야들에서 협력하며 신뢰를 축적해가면 궁극적으로 남북이 합의를 통해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핵에 대해선 “6자회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폐기를 추진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청와대에서 통준위원 가운데 일부가 ‘대통령이 흡수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직접 밝힐 필요가 있다’고 건의하자, 박 대통령은 ‘흡수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할 수는 없지 않나’면서도 ‘우리는 북한의 급변사태를 전제로 한 통일이 아니라 평화통일을 추구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분단 70주년을 맞는 내년에 남북한에서 경평(京平)축구를 포함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도 했다.

정 부위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북한은 앞으로 상당 기간 핵을 포기하기 힘들 것”이라며 “그렇다고 북한과 대화를 안 할 순 없으니 북한 정책에서 핵의 비중이 점점 작아지게 유도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선 사전 물밑 접촉으로 북한에 반대급부를 약속하는 방식으로 협상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밀실흥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두 정부 시절에 비해 북한 핵 능력이 크게 커진 점도 중요한 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해도 인도적 지원을 계속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원칙적으로는 (핵실험을 해도) 인도적 지원이 바로 동결되는 건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핵실험은 워낙 심각한 도발이니 인도적 지원 계속 여부는 부차적 문제”라고 말했다.

정 부위원장은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종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꿀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통준위는 이에 대비해 ‘신평화체제’를 만드는 방안을 연구하는 태스크포스를 가동 중”이라고 공개했다. 이와 함께 “신평화체제하에서도 한반도 안보에 취약성이 존재하는 한 한·미동맹은 존속할 것”이라고 했다.

통준위가 구상하는 대북 전략에 대해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국제정치학) 고려대 교수는 “큰 틀에서 반대하지 않지만, 성과를 내려면 북핵 동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경제협력이나 인도적 지원을 통한 대북 접근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 부위원장은 “통준위는 내년 8월 한반도 통일 헌장과 통일 방안 및 통일 로드맵으로 구성된 ‘통일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통준위 자문단에 진보단체들을 여럿 수용해 이념을 초월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청사진을 도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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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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