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여유] '태극권 매니어' 에스넷시스템 박효대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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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네트워크 통합기업 에스넷시스템 박효대 사장(49)은 아무리 바빠도 1년에 한두 차례 지리산 등 유명한 산이나 절에 들어가 2~3일씩 태극권 수련을 한다. 태극권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후 시작된 연례 행사다.

평소에도 1주일에 한번은 도장에 들러 3~4시간씩 땀을 흘린다. 사무실에서는 틈나는 대로 몸을 이완하고 풀어주면서 기수련을 한다. 때론 검을 꺼내 닦으면서 마음을 가다듬기도 한다.

朴사장이 태극권 매니어가 된 건 1995년 허리통증으로 고생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태극권을 접하고, 6개월 만에 건강을 되찾게 된 후부터다. 태극권은 온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기를 수련하는 무예다. 태극권 자세는 보기엔 간단해보여도 단 5분도 견디기 힘들 만큼 어려운 자세가 많다. 땀도 많이 나고 고행과 같은 수련이 요구된다.

박사장은 "태극권 수련에는 끊임없는 인내가 필수적"이라며 "이 과정에서 배양된 끈기와 인내력이 기업 경영시 어려움을 이겨내는 낼 수 있는 버팀목이 된다"고 강조한다.

IMF 외환위기 파동이 채 식지도 않은 99년 초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네트워크통합(NI)사업을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박사장은 창사 1년2개월 만에 코스닥 상장, 창사 2년 만에 매출액 1천억원대를 달성하며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태극권에서 배운 자신감과 인내력이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 박사장의 자평이다.

미국 퍼듀 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첨단 정보기술(IT)기업의 대표인 그가 음양오행설을 이야기하며 태극권을 하는 데 대해 주위에선 종종 호기심을 표시하곤 한다. 그러나 박사장은 "태극권이 IT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강조한다.

태극권은 기와 정신, 그리고 동작을 일치시키는 운동으로 섣부른 판단을 자제하게 하고, 침착함을 갖게 해 준다는 것. 따라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IT기업을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박사장의 꿈은 사옥 한쪽에 체육관을 만들고 전 직원에게 자신이 수련한 태극권 이외에도 여덟가지 권법과 검술, 봉술 등을 가르치는 것이다. 오늘도 그는 마음공부에 열중하며 회사의 새로운 변신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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