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래학자 5명, 지리산 도인촌 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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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지리산 삼성궁을 방문한 세계 미래학자들이 한풀 선사(왼쪽)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부터 얀 암크로 이츠 미국 디지털 크로스로즈 컨설팅 사장, 티머시 맥 세계미래학회 회장, 미셸 앤드루 OECD미래프로그램 자문위원, 프랭크 카탄자로 유엔미래포럼 사이버 의장,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 청학동=송봉근 기자

"4000여 년 전에 인류평화를 의미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사상을 퍼뜨린 한민족의 혜안에 놀랐다."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코리아의 비전과 전략'이라는 세미나에 참석한 세계적 미래학자 5명이 행사가 끝난 뒤 단군 등 한민족 시조를 모시고 신선도를 수련하는 지리산 삼성궁(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을 21일 방문했다. 이들은 23일까지 이곳에서 한국의 전통문화와 정신세계를 경험한다.

티머시 맥(58) 세계미래학회 회장, 제롬 글렌(59) 유엔미래포럼 회장, 미셸 앤드루(6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 미래프로그램 자문위원, 프랭크 카탄자로(56) 유엔미래포럼 사이버 의장, 얀 암크로이츠(56) 미국 디지털 크로스로즈 컨설팅 사장 등 5명이다. 유엔미래포럼 박영숙(49.여) 한국대표 등 국내 회원 20여 명도 동행했다.

세계미래학회는 평화로운 세계의 미래를 모색하는 모임으로 세계 각국의 정부기관과 기업체 대표, 각 분야 전문가 등 3만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2일 새벽 지리산의 신성한 기운이 감도는 삼성궁을 둘러본 미래학자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솟대와 돌탑을 보고 "우주의 기운을 모으는 안테나 같다"(프랭크 카탄자로), "사람의 손으로 쌓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티머시 맥)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이들은 고조선 시대의 복장으로 갈아입고 내부를 둘러봤다.

'환인''환웅''단군'등 세 민족시조를 모신 건국전에서 티머시 맥 회장은 향을 사른 뒤 참가자들과 함께 세 번 절을 올렸다.

맥 회장은 "미래탐구에서 과거는 중요하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정신세계가 잘 보존된 곳을 봐야만 디지털 미래를 논할 수 있다"며 이곳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오전 3시 시작되는 참선과 무예훈련, 기공춤을 배우며 이곳 수행자들의 수련생활을 체험하기도 했다.

박영숙 대표는 "해외의 미래학자들에게 4000여 년의 역사를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게 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래학자들은 돗자리에서 밥상을 받고, 가부좌를 틀고 앉는 게 어색하고 힘든 표정이었지만 새벽까지 토론하는 등 진지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대나무 통에 오곡을 넣어 찐 '대통밥' 등 한식을 남기지 않고 모두 비우기도 했다. 22일 낮에는 쌍계사 주변에서 열리는 야생차 축제를 둘러봤으며 오후엔 삼성궁에서 솟대 쌓기와 전통 굿을 구경했다. 삼성궁 설립자 한풀선사(42.속명 강민주)는 "우리의 정신세계에 대해 미래학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 삼성궁=한풀선사가 도인촌 주변 10만여 평(해발 850m)에 건국시조를 모셔놓고 20여 년 동안 가꾼 곳. 수행자들이 돌을 날라 세운 솟대 4000여 개가 장관이다. 건국전 등 10여 채의 전통가옥이 있으며 맷돌 1만2000여 개, 골동품 1만여 점이 소장돼 있다.

지리산=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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