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가가 결정되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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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올해 추곡수매가 결점은 다른 어느 해 보다도 진통이 컸고 논란이 많았다.3주간이나 각계각층이 인상률을 놓고 선전을 벌었고 막판에는 국회가 폼이 닳아 심야에 공방을 펴 마치 정치문제처럼 되기도 했다.
○…추곡수매얘기가 점부에서 처음으로 거론된 것은 9월 중순.태풍 애그니스가 지나간 뒤 풍작을 예상한 고건 농수산부 장관이 신병현 부총리를 찾아가 의사타진과 함께 고율 인상을 요청하는 뜻을 비쳤다.
그러다가 추경 문제가 본격적으로 표면화 된 것은 10월7일.한국개발연구원(KDI)이 82년 물가전망에 관한 정책 협의회에서 내년 물가를 10∼14%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추곡가를 10%만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 놨다.
KDI안에 대해(사실은 기획원안) 그날 회의에 참석했던 농업 및 경제관계학자· 언론인 들은 한결같이 반대 의견을 개진,KDI는 한때 멀쑥해 졌다.
○…KDI안을 계기로 수매값에 대한 논란이 크게 일자 국회가 개입,23일 농수산·경과위 연설 회의를 열고 신 부총리를 불렀다.이 자리에서 신부총리는 논리 정연하게 내년물가안정을 위해 10%밖에 올릴 수 없는 이유를 설명,KDI안이 정부의 안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철야를 하면서 기획원의 뜻이 확고한 것임을 안 민정당은 24일 상오 급히 당정달 사무총장이 남덕백 총리를 방문,최하15∼17%는 돼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민정당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획원은 요지부동.일이 다급해진 각 당 총무들은 5일 관계장관을 만날 것을 요정,26일 새벽 프라자 호텔에서 신 부총리·고 건 수산·이 재무부장관과 간담회를 가졌다.이 자리에서 정당대표들은 15%안을 제시 했으며 신 부총리도 『충분히 검토하겠다』 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만 이틀이 지난 28일 정부안을 12%로 확정,이선 이삼은 절대로 올릴 수 없다는 뜻을 국회에 전달이 돼 국회의 체면을 봐 2%를 올렸으나 더 이상은 추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이 정부안은 29일 하오 청와대 회의에서 다시 2%추가,결국 12%인상안이 확정된 것이나 청와대회의에서 어떠한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씩 들아가며 의견을 개진 했으며 이 자리에서도 부 총리는 12%이상은 곤란하다는 뜻을,농 수산부장관은 12%는 곤란하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한다.
회의에서 돌아온 신부총리의 얼굴은 굳어있었고 고 장관도 얼굴이 상기된 채 돌아와 한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고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농수산부장관으로 최대의 노력을 했으나 물가안정이라는 벽이 너무 두터웠다』고 말하고 『농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 고 연발.
○…14%라는 수치는 기획원이 처음 주장했던 10%에서 4%넘어선 것이고 2O%를 주장했던 농수산부 입장에서는 6%나 미달되는 것이어서 서로 스타일을 꾸긴 골이 왜 두 부처 모두 찜찜한 표정.
두 부처의 장관 비서실은 심심치 않게 걸려오는 항의전화로 똑같이 곤욕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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