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단의 학원침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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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공산집단은 우리사회에 혼란을 조성, 무력적화통일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미망을 아직껏 버리지 못하고 있다. 보안사령부가 13일 발표한 학원침투간첩검거사건은 이 같은 북괴의 야욕을 다시 한번 입증해 주었다.
재일 조총련이 북괴의 대남 공작기지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교포유학생까지 그들이 야욕을 달성하는 도구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새삼 국민들, 특히 대학생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보안사에 따르면 교포유학생을 가장, 학원에 침투한 간첩 김태홍은 일부 좌경학생을 대상으로 반정부의식을 고취하면서 폭력에 의한 국가전복을 꾀해왔다는 것이다. 70년대 후반 들어 학생들의 반정부시위가 점차 좌경화·폭력화·조직화되었고 특히 데모주동학생들의 성향이 갈수록 좌경화 함은 물론 학원 가에 은밀히 나도는 유인물의 내용에 북괴의 대남 선전용어가 그대로 인용되기까지 해서 그 배후에 불순세력의 책동이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자아내게 했다.
이번 사건은 그 같은 우려가 단순한 기우만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준 셈이다.
간첩 김태홍이 4년 5개월 동안이나 교포유학생이란 합법적 신분으로 동료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북괴의 지령에 따라 반정부공작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북괴가 우리 사회의 개방적 특성과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을 교묘히 이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토의 평화적 통일을 원하기 때문에 우리는 해외동포들의 전비를 불문에 붙이고 그들이 조국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배려를 해온 것인데 북괴는 이를 국내공작의 토대로 악용해 온 것이다.
간첩 김이 합법적 신분으로 학원침투에 성공한 후 금년 1월 약 한달 간에 걸쳐 입북, 간첩 밀봉 교육을 받고 들어와 그들의 지령에 따라 암약해온 사실은 북괴의 그와 같은 악랄한 대남 공작수법을 드러내주는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의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정책이나 개방성에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그것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북괴의 공작수법도 계속될 것으로 보아야 한다.
여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국민 모두가 우리주변에는 적의 오열이 암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 대공경각심을 한층 높이는 일이 그것이다.
사소한 인정이나 일시적인 호기심에 끌려 그들에게 악용 당함으로써 반국가적 대과를 저지르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학시절은 지적 호기심이 왕성할 때다. 그래서 각종 서적을 섭렵하게되고 당국이 금지하는 불온서적일수록 읽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불온서적을 무분별하게 탐독하는 행위가 북괴공작원의 침투를 쉽게 만들어 주고 자칫 자신의 일생을 망치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냉전시대에 간첩을 양성하고 침투시키는데 쓰이는 비용은 열전시대의 1개 사단유지비에 맞먹는다고 하며, 간첩망의 일부가 허물어지면 그보다 더 많은 공작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이것은 다시 말해 몇 명의 간첩을 잡았다고 해서 간첩조직이 뿌리뽑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적의 간첩에 관한 한 열전 때와 마찬가지로 총력전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당국과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사회의 안정을 기하는 일이야말로 북괴로 하여금 무모한 적화통일의 망상을 버리고 대화의 광장으로 나오게 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온 국민은 다시금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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