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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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9년3월에 미-이집트-이스라엘간에 조인된 중동평화조약은 「『「사다트」의 작품』이라고 할 정도로「사다트」개인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작용된 것이었고 시나이반도반환·팔레스타인자치지구 설정등 중동평화조약의 완성에 정치적 생명을 걸정도로 「사다트」는 중동평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제「사다트」가 퇴장함으로써 캠프데이비드협정 주역 3명중「베긴」만 남게 되어 중동평화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 더우기 「베긴」 이스라엘정부가 6월말 총선이후 강경쪽으로 급선회함으로써 이러한 우려는 더욱 심각히 받아들여지고있다.
중동에서 미국의 대리인 역할을 충실히 해왔던「사다트」의 죽음으로 미국의 대중동정책에 큰 시련이 예상된다.
미국은 79년1월 이란상실이후 중동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이른바 3각포스트정책이라 불리는 미국의 중동정책은 이집트·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를 세기둥으로해서 중동에서의 소련영향력팽창을 막고 서방의 생명선인 석유자원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사다트」는 지난 9월초 콥트교도와 야당세력등 반정부세력을 모조리 도려내는 국내조치를 단행했고 한발 더나아가 소련이 이집트에서 쿠데타음모를 꾸몄다는 이유로 9월15일 소련외교관및 민간기술자 1천5백여명을 추방해 버렸다.
이같은「사다트」의 모험에 가까운 정치적 게임은 친미를 재확인하는 것이었고 동시에 최근 긴장이 고조되어온 동북아프리카의 국제정세속에서 이집트가 취할태도를 분명히 함으로써 친소세력인 이웃 리비아와 이디오피아에 일종의 경고를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사다트」가 없는 지금상황에서는 이런한 미국의 대중동구상은 어쩔수없이 절름발이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것같다.
미국무성 고위관리들도「사다트」의 죽음으로 중동평화의 상황이 극적으로 변할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중동평화유지군의 설치합의까지 진행되어온 중동평화스케줄은 내년4월 시나이반도의 완전반환을 앞두고 「사다트」의 죽음으로 좌초당한 꼴이 되었다.
미국이 또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동의 한쪽공백을 틈타 소련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이집트가 10년전으로 돌아가 다시 친소국가가 될 것이라는 조짐은 예상되지 않지만 이집트국내가 혼란에 빠질 경우 상황은 달라질수 있다.
「사다트」피격사건 바로 하루전인 5일 리비아의「가다피」는 『이집트국민들이「사다트」정부를 무너뜨리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또 「가다피」는 지난8월 미군기에 의한 리비아기 격추사건이 일어난직후 지중해 연안을 소련의 군사기지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한바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볼때 소련의 대리역할을 수행해온 「가다피」가 「사다트」의 죽음을 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소련영향력 팽창의 절호의 기회로 삼을것은 분명하다.
「사다트」 피격사건이 군인들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이집트 국내저정세가 혼란으로 치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제까지 「사다트」의 권력기반을 유지시켜온 것이 바로 군부다.
피격사건후 베이루트에 있는 이집트망명세력인 이집트해방독립기구는 군부안에 있는 장교들의 비밀조직이 「사다트」대통령을 저격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집트를 지탱하고 있는 군부가 분열될 가능성도있다.
누가 「사다트」후계자로 되더라도 「사다트」가 유산으로 남겨놓은 중동평화문제, 그리고 극도의 혼란과 분열상태에 빠져있는 국내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어려움을 겪을것같다. 우선 후계자선정을 싸고 많은진통이 예상된다. 「사다트」가 70년9월 「낫세르」의 뒤를이어 후계자가 됐을때는 국내외정세가 지금처럼 복잡하지는 않았고 「낫세르」에 대한 반대세력이 존재하지도않았었다.
그런만큼 당시 「사다트」는 「낫세르」의 후광을 업고 쉽게 지도자로 부상할 수 있었고 제3차 중동전에서의 패배설욕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단결할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우선 이스라엘과의 캠프데이비드협정때문에 이집트는 아랍세계에서 고립되어있는 상태이차림고 「사다트」가 콥트교도·야당인사등 대대적인 반정세력을 숙청한 직후다. 또 군부의 분열이 예상되기 때문에 확고한 군부의 지지를 얻기도 쉽지않을것이다. 하여간 「사다트」의죽음은 한 국가원수의 죽음이라는 차원을넘어서 중동전체의 국제정세, 그리고 미소간의 세력다툼에도 크나큰영향을미칠것은 분명하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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