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토산품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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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몰려올 외국관광객을 맞기 위해 관광업계에서 해야할 일은 한둘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시급한 것은 토산품개발이다. 그것이 외화의 주요획득원이 될 뿐 아니라 한나라의 문화수준을 알리고 그 나라의 인상을 좌우하는 척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토산품은 한마디로 빈약하기 짝이 없다. 그 규모나 종류가 단조로운것은 차치하고라도 그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일이다.
우리나라의 토산품은 대충 인삼을 대종으로 해서 자수정등 보석류, 자수·민예품·도자기·나전칠기·인형·목각품·유기류로 나눌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인삼이나 도자기등 정부기관이나 큰 기업체에서 만드는 제품은 그런대로 나은 편이지만 인형·목각품등 영세업소에서 만드는 제품들이 날림이거나 값도 멋대로 받고있어 관광객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있다.
토산품이 호기심 많은 관광객들의 눈에 쏙 들기위해서는 한나라의 특색을 잘 살리는 디자인에다 제품이 정교해야함은 두말할 것이 없다. 다른 상품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관광객을 상대로한 토산품은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담겨져 있어야 하는데도 우리의 토산품은 이런 기본 조건의 어느 것하나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니 잘 팔리지 않는것은 당연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내의 경우 금년 1월부터 8월까지의 관광토산품점 이용객수는 21만2천명으로 올해보다 관광입국자수가 8%가량 적었던 작년 동기에 비해서도 5천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관광토산품판매가 부진했던 것은 여행객들의 알뜰관광풍조에도 있지만, 보다 큰 원인은 업체들이 새로운 제품개발에 등한한 채 똑같은 제품만을 생산해온데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올림픽과 같은 세기적 행사를 앞두고 모든 관광관계업소들이 관광객들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연구개발해야 함은 물론 정부에서도 새로운 시각에서 이런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는 우선 관광사업진흥법에 따른 지원업소에 토산품제조업도 포함시켜 저리융자등 자금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며 전국의 새마을공장에 특색있는 제품 생산을 맡겨 수량조절등 계획생산을 시키는 방안도 강구해야할 것이다.
다른 분야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토산품이 조악한 채 방치된 근본원인은 그동안 우리가 수출에만 지나치게 치중한데도 있다.
좋은 물건은 모조리 수출을 하다보니 자연 관광객용 토산품까지를 포함해서 국내 시판품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수기반이 튼튼해야 국제경쟁력이 생겨 수출신장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이 경우에도 해당된다. 내국인들이 쓰는 것이라면 몰라도 외국관광객들에게 우리나라의 문화수준을 알리는 관광토산품의 개발과 질적 향상에 박차를 가해야할 까닭인 것이다.
토산품개발에 가장 힘써야할 사람은 일차적으로 생산업자들이다. 이들이 장인의식을 갖고 제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아 만들어낼 때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며 상품으로서 제값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제품생산 못지않게 중요한것은 판매기술이다. 특히 의국인들을 상대로하는 일인만큼 판매원들이 제품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나 문화를 설명할 수 있도록 외국어실력을 향상시켜야 할것이며, 다른 관광업소 종사원들처럼 자격증을 주는 방안도 세워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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