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없어 휴학 여중2년생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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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3일 하오1시40분쯤 서울창신동443 한영숙씨(44·여·행상)의 장녀 이복근양 (15·H여중2년 휴학중)이 극약을 마시고 중태에 빠진 것을 어머니 한씨가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
졌다.
어머니 한씨에 따르면 이날 청계천 신평화시장 앞에서 군만두 행상을 하던 중 이양이 찾아와『엄마, 나약을 마셨어』 라고 말한 뒤 쓰러졌다는 것.
지난해12월 4기분 등록금 3만여원을 내지 못해 서울 묘당동 H여중2학년을 휴학한 이양은 혼자 집을 지키다 10일쯤 전 빈대살충제용으로 사놓은 극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이양은 어머니 한씨 앞으로 『엄마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쓴 유서를 남기고『어머니, 여태까지 길러주시느라 고생하셨읍니다. 저를 위해 슬퍼하지 마세요. 그래야 제가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테니까요…』라고 썼다.
또 친구들에게 보내는 유서에서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지 말라』 고 쓰고 1백원짜리 동건2개를 그속에 싸 『이 돈은 현미에게』 라며 친구에게 꾼 돈을 갚는다고 썼다.
이양은 불구인 아버지가10여년 전 가출한 뒤 공장에 다니는 오빠와 두 여동생등 5가족이 월세 3만5천원짜리 단간방에서 살아왔으나 최근 월세를 내지 못해 방을 비워주고 다락방으
로 옮겨 어렵게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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