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눈|동경의 눈|60억불경협 어떻게 될까|한일각료회담을 보는 서울-동경의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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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로운 한일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일련의 양국외교 교섭은 10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1차 정기각료회담으로 새 라운드를 맞는다. 한일외교회담을 전후해 양국은 핵심보다는 지엽, 이성보다는 감정에 휘말린 듯 한 느낌이고 이러한 이상기류는 한일각료회담에로 이어지고 있다. 동북아평화와 안전을 위한 일본의 안보역할분담에 거는 자유진영의 기대와 진정한 양국관계발전을 희망하는 양식의 소리를 이번 한일각료회담은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각료회담에 임하는 양국의 입장을 정리해 본다. 정부는 이번 각료회담에서 60억달러의 안보경협에 대해 『분명히 관철되지 않으면 안될 정당한 문제제기』임을 일본측에 다시 한번 강조할 계획이다. 안보경협은 자유진영의 지도국의 일원으로 성장한 일본이 「공짜안보」를 더이상 만끽하려 들지 말고 동북아안보의 방파제 역할을 해온 한국에 대해 역할분담의 책임과 의무를 져야한다는 요구의 당연한 귀결이다. 60억달러의 경협규모를 놓고 일본은「무리한 주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60억달러는 지난 65년이래 2백5여달러에 이르고있는 대일무역적자의 30%에도 미달하는 것이며 일본의 대한무역흑자의 2년분, 일본 GNP의 0·11%에 지나지 않는다. 또 5차5개년계획 기간 중에 필요한 외자 5백억달러의 9분의1에 불과하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짜로 얻어오는 것이 아니라 꼬박 이자를 붙여서 갚는다는 점이며 빌어온 돈의 80%가까이는 일본제품과 기계를 사들이는데 쓰인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외상회담 때 60억달러의 경협 프로젝트로 ▲경부고속전철 ▲상수도 보급확대▲의료보호 시설확충 ▲댐 및 고속도로 건설 등 8개항목으로 이루어진 사회개발 프로젝트에 안보차원에서의 산업시설투자를 위한 별도의 프로젝트를 추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가운데서도 경부고속전철 프로젝트는 일측이 벌써부터 군침을 삼켜온 것으로 이번 한일각료회담에 일측의 운수상이 추가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대한경협이 일본의 일방적 희생에다 현실을 도외시한 무리한 요구라는 식의 논리전개는 이제 오히려 현실성이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이번 한일각료회담은 경협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훨씬 더 선명하게 부각된 시점에서 일본에 의해 구체적 규모에 대한 최초의 제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측이 제시할 규모와 우리측의 60억달러는 아직 상당한 갭을 드러내면서 경협 명분과 함께 몇차례 더 조정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로 남겨질 것 같다. 어떤 명분에 의해 최종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의 경협으로 매듭지어지는가하는 문제는 따라서 각료회담이후의 새로운 외상회담 등 정치적 절충에 의해 판가름 날 것 같다. <유균기자><회담열기전부터 부정적 태도 보여|결실 맺기까지는 상당기간 걸릴 듯> 한일각료회담의 최대쟁점인 60억달러 경협문제에 대해 일본측의 태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이 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반응은 ▲현재의 협력규모 (1억달러내외) 보다 50%를 늘린다 ▲민간차관포함 연간 6억달러(8월「일자 요미우리신문) 로 총규모 30억달러 ▲교육차관으로 연간 5억달러 (9윌4일자 매일신문) 등 다양하다. 일본측관계자들은 국내여론, 중공 및 아세안제국과의 관계 등 일본정부의 태도에 제약을 가하는 요인이 많고 따라서 양국간의 대화가 결실을 맺는데는 다소 시일이 걸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소노다」 외상이 『경제협력문제에 대한 해결전망이 서지 않는 한 양국 정상회담은 열릴 수 없는 것이며 연내 개최는 무리일 것』 (8월24일기자간담회)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뜻이라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또 회담에 임하는 일본측의 자세에도 성실성이 결여돼있다. 회담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공동성명을 내는 것은 무리』라든가 『협의를 계속키로 하면 성공적』 이라는 부정적 얘기가 서슴없이 나왔고 『돈을 빌려달라는 쪽이 한푼도 깎을 수 없다는 것은 일본의 상식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느니 『대형프로젝트를 지원하면 반일·항일의 원동력이 될 뿐이다』(「소노다」외상) 는 발언들이 성실성 결여의 사례들이다. 물론 모든 일본인들의 반응이 한결같이 그렇지는 않다. 『50억, 60억달러를 갖고 무슨 야단들이냐. 혼자만 돈을 벌겠다는 것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다나까」전수상) 『대한60억달러 경제협력을 하루빨리 실현시켜라』 (「가스가·잇꼬」 민사당고문·「마사끼·요시아끼」공명당정책심의회장) 『미일 정상회담의약속대로 대한경제협력을 해야한다』(평론가 「야마모또·쓰요시」). 일본정부의 태도에는 아직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지만 일본국내의 분위기는 한국측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다만 일본측에서도 한일관계의 정상화작업이 파국을 가져오리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떤 명분, 어떤 규모로든 한일경제협력은 실현될 것이며 다만 시기와 내용이 문제라고 보는 것이 각료회의에 대한 일본측의 시각이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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