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물 정수방법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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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수도물 살균용으로 쓰이는 염소의 일부가 물 속의 미생물 등 유기물질과 화합반응을 일으켜 생성되는 트리할로메탄(THM)이 신체기능장애나 암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우리나라도 앞으로 수돗물 처리방법의 재검토 등 대책이 시급하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멕시코에서 서울시를 비롯, 뉴욕·런던·파리·도요꾜 등 21개국 35개 도시 상·하수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제회의에서 일부 대표들이 미국학자들의 연구와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이를 거론함에 따른 것이다.
미국학자들이 쥐 등을 이용해 THM의 독성에 관한 동물실험결과 기형, 돌연변이, 심한 때엔 생명을 잃는 것으로 나타나 THM이 많이 섞인 수돗물을 장기간 마셔 THM이 몸 속에 축적되면 중추신경마비 등 신체기능장애나 간암·피부암 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 등에서는 상수도원수를 정수할 때 염소대신 오존처리를 하고 있으며 미국·일본·캐나다 등에서는 부분적으로 오존처리 방법을 도입하거나 원수의 장기간 침전, 활성탄 처리 등으로 염소투입량을 억제해 미국과 일본에서는 수돗물 속의 THM 농도를 0.1PPM, 캐나다에서는 0.35PPM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살균용으로 염소를 마구쓰면서 THM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구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외국에서 이같은 연구결과가 나옴에 따라 최근 오존에 의한 정수처리법을 실험했으나 수돗물 생산단가가 배이상 비싸고 수원지에서 가정까지의 거리가 먼데다 낡은관이 적지 않아 당장 실용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수침전지 시설 확충방법이나 활성탄 처리방법도 하루 3백만t이상 쓰는 상수도원수를 5∼10일간씩 침전시키려면 용량이 1천5백만∼3천만t 이상인 대형침전지 5∼10개가 필요한데 이를 만들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가능한 깨끗한 원수를 취수할 수 있도록 취수지점을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트리할로메탄>
트리할로메탄은 1개의 탄소원자와 3개의 할로겐족(염소·브롬·옥소 등)원자로 구성된 유기화합물질의 총칭이다.
성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트리할로메탄은 물 속에 유기화합물이나 염소·브롬같은 물질이 많을수록 생성이 잘된다.
트리할로메탄의 일종인 클로로포름은 탄소원자 1개와 염소원자 3개가 결합된 물질로 상수도가 오염되어 소독용으로 염소사용량이 늘수록 생성량이 커질 위험이 있다.

<아직은 큰 문제없어>
▲연세대 공해문제연구소 권숙표 박사 l우리나라에서 THM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는 없었지만 지난해 서울대에서 간이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앞으로 하수·분뇨처리장이 증설되면 THM을 일으키는 후믹산이 많이 생길 것이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시급하며 이 결과에 따라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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