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족두리 쓰고 시집 장가간다. 「한국의 집」에 구식 결혼식장을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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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신랑·신부가 사모와 족두리를 쓰고 구식 혼례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전용 구식 결혼식장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 곧 문을 연다. 한국문화재보호협회(이사장 박종국)가 고유의 전통문화를 전승, 보존하기 위한 문화재 보호운동의 하나로 계획한 구식혼례식장 설치장소는 서울 중구 필동2가「한국의 집」앞 마당(3백평)-. 현재 혼례절차의 고증, 의식용 복장제작, 기타 설치물 등의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이 구식 혼래식장은 빠르면 올 가을(10월)부터 일반에 대여할 예정이다.
혼례절차는 삼서육례의 엄격한 격식의 원형을 그대로 살리되 조선조시대의 주자가위에 따른 사례중심으로 진행한다는 것-.
그러나 며칠을 두고 의식절차를 치르는 고풍의 혼례식을 현대생활에서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기 때문에 모든 의식을 2시간 내의로 압축 진행하며 폐백실을 협회사무실 건물에 설치, 폐백도 식이 끝난 후 곧 드릴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현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차일 밑에 혼례장을 차려놓고 신랑·신부가 동서로 서서 이성의·결합이요, 백복의 근원인 혼인관계를 맺는 고유의 혼례식을 올릴 수 있는 전용 구식결혼식장의 개설문제나 장려 등은 그 동안 보사부의「가정의례준칙」등에서도 전혀 착상조차 없었다.
일본의 경우 현재 결혼식의 80%가 그들 고유의 혼례식으로 올려지고 있으며 서구스타일의 신식결혼식은 주로 공장의 근로여성들이나 하층 서민들 사이에서만 시간·경제문제 등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중산층 시민들에게 결혼 때 신식결혼식을 올렸느냐고 물으면「멸시」하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화까지 내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것-.
신식에 밀려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춘 채 시멘트빌딩 결혼식장의 구석방 폐백실에서나 구식혼례의 사모관대와 족두리를 써 보거나 신식결혼식 뒤의 사진촬영(?)용으로 밀려난 한국의 구식 혼례는 명맥을 잇기조차 어려운 부끄럽기만 한 전통의식이 돼가고 있다.
서울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처음인 문화재보호협회의 전용 구식혼례식장 개설계획은 전통문화의 계승에 새로운 아이디어일 뿐만 아니 라 70년대 이후 날로 높아져 가고있는 일반국민의 전통문화의식을 생활화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안례와 교배례의 의식절차를 중심으로 혼례를 올리게될 문화재보호협회의 구식결혼식장 개설을 계기로 주자가례의 혼례절차를 요약해본다.
구식혼례의 근원은 중국『예기』에 기록된 주나라때부터 시행돼온 혼례에서 비롯됐다. 원래의 혼례는 납채·내명·납길·납징·청기·친영의 육복였으나 송나라 때 절차를 줄여 의혼·납채·납폐·친영의 사복로 간소화돼 주자가복로 정착했다.
◆의혼=결혼적령 (남자16∼30세, 여자 14∼20세)의 자녀를 둔 부모가 중매자의 혼담을 통해 정혼하는 과정으로 중요의식은 신랑집의 청혼편지와 신부집의 허혼 편지의 교환이다. 모든 서상은 부모 중에서도 아버지가 쓴다.
◆납채=신랑집에서 사주(생년월일시)를 보내고 혼례식연길(택일)을 정하는 의식. 신부집으로부터 택일서장을 받은 신랑 측은 의복사이즈를 적어 넣은 의제상을 신부집에 보내는 것 으로서 납채 절차는 끝난다.
◆납폐=혼례식 전날 밤에 신랑측이, 신부용 채단(청홍색치마 2벌)과 함께 복상인 혼서 등을 넣은 함을 신부집에 보내는 절차-.
『사복편람』은 혼례예물은 적어도 두 가지는 하되 많아도 10가지를 넘지 말라고 했다.
◆친영=신랑이 신부집에 가서 혼례식을 올리고 신부를 맞아오는 예식-.고복에서는 신랑이 신부집에서 전안례만 올리고 신부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교배례와 근배례를 올린 후 다음날 견구복(폐백)을 드리도록 돼있다.
전안례는 신부집 대청이나 마당에 마련된 식장에서 신랑이 산기러기(고례)나 목안을 들고 재배하는 의식-. 교배례와 근배례를 합친 초례는 신부가 방안에서 나와 각각 초례청 동 서편으로 마주서서 처음 대면하고 손을 씻은 후 신부 사배, 신랑 이배 초례가 끝나면 신부집은 혼례에 사용한 음식물(상수)과 내간지인 사돈지를 보내고 3일 후 신부는 신랑과 함께 시댁에 우귀해 신랑의 직계속에 사배 그밖의 친척은 일배하는 폐백을 드림으로써 혼례의 절차는 모두 끝난다.<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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