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의 「양생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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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조시대의 대학자인 이퇴계는『활인심방』이란 책에 나오는 양생훈에 따라 몸소 건강관리를 실천한 것으로 유명하다.
활인심방은 중국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의 16째 아들 함허자 주권이 지은 건강·섭생에 관한 책으로 이퇴계가 직접 옮겨 적고 일부 내용에 대해 주석까지 붙였다. 퇴계는 안질을 자주 앓았고 공부에 너무 몰두해서 20세 전후에는 빈혈증세가 있었으나 그후 활인심방에 따라 섭생을 잘 함으로써 당시로는 천수에 속하는 만 69세까지 살았다.
활인심방에는 신체의 건강을 위해 수련을 통해 마음을 평정하게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책의 서두에 건강을 증진시키는 약방문이 나오는데 중화탕(30가지)과 화기환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가지는 모두 실제 약재가 아니라 정신건강을 지침하는 문구라는 게 특색이다.
예를 들어 중화탕의 처방은 사무사·막기심·수본분·막질투·청심·인내·유순·계노·계포·계탐 등이다. 『요사스러운 것을 생각지 말고 자기마음을 속이지 말고 본분을 지키며, 질투심을 갖지 말고 맑은 마음·인내·유순함을 갖고 노여움·난폭하거나 탐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등 정신의 평정을 강조하고 있다.
또 건강은 불과 물의 조화에서 온다고 했다. 불은 폐·심장이고 물은 위장·신장 등 횡경막 아래의 장기를 가리키는데 이 두가지, 즉 상하가 조화를 이뤄야 건강하다는 것이다. 불이 강하면 울화통이 터지고 물이 강하면 장기에 병이나므로 중화탕으로 어루만져야 한다는 것.
따라서「심화일근」과「신수이완」(두사발)로 상하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화기환이란 참을 인자로 상징되는 마음의 약으로 『잘 참아 덕을 이루는 것이 군자며 소인은 화를 품고있기 때문에 신체를 훼손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활인심방에는 20여 가지의「양생지법」을 담고 있다. 즉 언제나 신체기관에 위해가 가지 않도록 과음·과식·과격한 행동을 삼가고 술도 적당히 마시면 도움이 되지만 과음하면 5장을 해치고 음란해진다고 했다. 신맛·쓴맛·매운맛·단맛·짠맛 등 5미가 지나치면 신체를 해친다.
주의를 끄는 것은「도인법」으로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행하는 8가지 실내운동과 호흡법.
①아침에 일어나서 천천히 동작을 시작하되 입을 벌려 치아를 아래위로 움직이는 운동(36회)부터 시작해서 ②좌우손목의 굴절운동을 한다(24회). ③양손으로 뒷머리를 두드린다.(24회) ④양팔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팔의 관절을 푼다.(36회) ⑥양손을 뒤로 돌려 등과 허리의 근육을 주무른다(36회). ⑥손을 뒤로 돌려 한쪽 손등이나 양손 등으로 척추부근을 두드린다(36회). ⑦양손을 깍지끼고 머리위로 펴 올렸다 내렸다 한다. (9회) ⑧양다리를 펴고 발목을 무릎쪽으로 당겼다 폈다하는 것(12회)이다.
호흡법은 등쪽을 향해 뱃속의 낡은 기를 다 토해내고 코를 통해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일종의 심호흡이다. 또 발음에 따른 호흡법도 있어 숨을 내쉴 때「취」하면 신장에 영향을 미치고「훠」하면 심장, 「휴」는 간, 「호」는 비장, 승사(고문)는 폐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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