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잇단 승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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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IT분야 표준 경쟁에서 한국이 약자만은 아니다. 첨단 기술들을 속속 국제 표준에 편입시키면서 적지 않은 로열티 수익까지 올리고 있다. IT 표준전쟁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다.

ETRI는 올해부터 디지털 영상압축 표준인 MPEG4와 비동기방식 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 등의 주요 국제표준 특허가 풀 가동돼 매년 약 1천2백만달러의 로열티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MPEG4 국제 특허 풀에 2건의 특허를 등재했고, 다른 2건이 등재 대기 상태다. 비동기식 IMT-2000 부문에서는 특허 4건이 특허 풀 구성을 위한 기술평가를 진행 중이다.

특허 풀이란 국제표준 특허 중에서 민간 주도의 평가에 의해 선별된 핵심 특허들의 묶음을 말한다. 이 풀에 등재된 특허를 사용하는 업체들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ETRI 박종팔 홍보팀장은 "지난해 말 현재 ETRI는 92건의 국제표준 유망 특허를 개발했으며, 이 중 30여건이 국제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서도 승전고는 계속될 전망이다. ETRI가 올 들어 개발한 IT기술들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20일 개발한 색각 장애자를 위한 색상변환기술도 유력한 국제표준 후보다.

이 기술은 색맹 및 색약자들이 컴퓨터 화면이나 TV. 컬러 휴대전화를 볼 때 정상인에 가깝게 색깔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ETRI 홍진우 박사는 "이 기술을 활용, 색맹이나 색약자들의 시각정보가 기록된 스마트카드를 PC나 TV 등에 탑재하면 이들이 색상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며 "올해 12월에 이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결정되면 상당한 기술 수입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지상파.위성.케이블TV 등 다양한 전송매체를 통한 수백여개의 방송채널 중에서 시청자의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만을 찾아주는 지능형 방송용 '메타데이터 처리기술'도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이 기술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디지털TV 셋톱박스.PDA.컴퓨터 등에 탑재하면 시청자는 원하는 프로그램만을 골라 볼 수 있게 된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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