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교수의 '우리 아이 성장 노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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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크려면 어떻게 하면 돼냐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성장은 여러 요소 즉 유전, 영양, 운동, 만성질환, 호르몬 질환, 정신적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타고난 유전자는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키를 최대로 크게 하기 위해서는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장에 방해되는 요인을 피하는 것이 또한 그 이상 중요하다.

영유아기에는 체중 증가가 건강의 지표라면, 소아청소년의 건강 지표는 키 성장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에게 작년 한 해 동안 아이가 얼마나 컸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하는데, 사실 연간 성장 속도는 매우 중요한 건강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사춘기 이전의 소아라면 반드시 1년에 5-6cm정도 자라며 4cm미만으로 성장한다면 성장을 방해하는 이차적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1년에 6cm이상 너무 많이 자란다면 사춘기가 시작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 이유는 사춘기에는 고환이나 난소에서 성호르몬이 분비되어 성장이 급속히 빨라지기 때문이다.

최고의 성장을 얻기 위해서는 바른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쉽게 말해서 바른 생활이란 잘 먹고 잘 자고 적당한 운동을 하고 만성 질병이 없게 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사회에서 소아 청소년들이 이런 생활을 누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먼저 잘 먹는다는 것은 많이 먹는다는 말과는 다르다. 영양적으로 잘 먹는다는 말은 모든 음식을 골고루 섭취한다는 것과 가장 비슷한 말이다. 과거에는 못 먹는 것이 대부분의 문제였으나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고칼로리 음식에 의한 비만이 문제가 되고 있다. 청소년들은 주문 음식이나 편의점에서 매식을 자주하게 되고 부모와 함께 건강한 식사를 할 기회가 적어졌다. 아이들이 쉽게 입맛에 맞는 고칼로리 인스턴트 식품들을 사먹기도 한다. 이런 고칼로리 저영양식에 의해 소아비만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비만은 고지혈증, 고혈당, 지방간 등의 합병증을 일으키는 질병이기 때문에 성장에 득보다는 실이 많게 된다.

잘 자는 것이란 충분한 수면시간으로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외래에 방문하는 부모님들은 ‘우리아이는 공부 하는 것 없어요’라고 짧게 대답하지만 막상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학원과 과외 숙제에 많이 힘들어한다. 초등학생들 조차 학원 숙제를 하려면 자정이 넘어야 잘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키 크기 위해서는 일찍 자야 하고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늦게 자야 하니 아이들은 크나 큰 딜레마를 겪고 있다. 또한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을 좋아해 야심한 밤에도 잠들지 못하고 몸을 피곤하게 해 성장은 물론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적당한 운동 즉 신체 활동은 성장판을 자극해서 뼈의 성장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성장호르몬 분비도 증가시켜서 성장에 도움을 주게 된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나가서 뛰어 놀 시간이 많지 않다. 더군다나 실외활동이 많지 않아서 햇빛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고 썬크림의 사용으로, 성장에 중요한 칼슘과 인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의 결핍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영양결핍에 의해 발생했던 구루병이 최근에는 햇볕 노출의 제한에 의한 비타민 D 합성 부족으로 소아에서 드물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성장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에 성장에는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성인만큼이나 만성적인 스트레스 속에 살아간다. 일등이나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학업 스트레스, 형제가 적기 때문에 부모에 대한 기대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다. 학급에서 왕따로 인한 스트레스, 이혼율의 증가로 가족이 붕괴되어 겪는 스트레스, 부부간에 불화에 의해서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스트레스 등 원인도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아 청소년들은 부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스트레스에 놓여져 있으며, 아이들이 혼자서 감당하기에 어려운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결론적으로 소아의 성장은 육체와 정신의 건강 상태가 최적의 상태에서 가장 최대치를 얻게 된다. 소아의 건강은 개인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가정과 사회의 문제가 많은 연관이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소아청소년의 성장은 다양한 요인이 관여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자식들이 최대한 성장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체적인 문제 뿐 아니라 정신적 지지까지도 뒷받침해 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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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교수 기자 00058@eumc.ac.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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