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씨얼 문학회|경향은 다르나 전통적 서정 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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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씨얼 문학회」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시조 동인으로 「크낙새」와 쌍벽을 이루어왔다.
지난 77년 김광수·김효경·신현필·원용문·윤선효·이청화 등 6명이 모여 창립된 「씨얼 문학회」는 그동안 한해도 빠짐없이 동인지 『신서정』을 내놓고 매달 한번씩 모임을 가져 서로의 시를 나누어보고 격려해왔다.
회장은 김광수씨가 맡고 고문으로 이태극씨 (시조 시인 협회 회장)를 모시고 있다. 명예 회장엔 이은방씨.
현 회원은 모두 9명. 길미자·정운엽·고난주씨가 가입했다.
씨얼 문학회의 이름은 씨와 얼의 복합어다.
씨는 사물의 근본이고 얼은 우리 문학의 정수인 시조를 말한다고 시조 운동으로부터 우리 문학의 원형질을 찾자는 뜻을 동인 이름에 담고 있다.
씨얼 문학회는 77년 첫 동인지를 내면서 『황막한 풍토의 능선 너머엔 명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무성한 수림이 있다.
끊임없이 개척해도 남음이 있을 우리의 전통적인 서정시의 심오한 수림이다. 우리는 순문학적인 정열로 전통적 한국시의 본질을 이해하고 민족시의 맥락을 지키며 완성된 서정시 「시조」의 전형을 창달하는 것이 중요함을 절감한다』고 밝혔다.
동인들은 대부분 70년대 중반 신춘 문예나 신인상·추천 완료를 거쳐 문단에 데뷔한 사람들이다. 창립 동인들은 75년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한 시조 동인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씨얼 문학회가 만들어지고 동인지 『신서정』이 나오게된 것은 젊은 신인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발표할 지면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동인지 『신서정』은 회원들의 작품 7∼8편과 초대시를 싣고 있다. 작품의 경향은 서로 다르나 사조·주의·유파에 편승하지 않고 정통성을 추구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청화의 자유시, 김광수의 장시조시, 신현필의 동시조시, 윤선효의 유연 청아한 시, 김효경의 근육·핏줄과도 같은 시어, 원용문의 향토민의 모습을 담은 것과 길미자의 다듬어진 수정 빛깔 같은 정숙 등이 특징을 이룬다.
양장으로 내고 있는 동인지만 해도 예산이 1백만원에 가까와 동인들이 주머니를 털어야 하는 형편이어서 계획한 시화전·시 낭송회 등은 열지 못했으나 올해는 창립 5주년을 맞아 꼭 시조 문학 세미나와 시 낭송회를 가질 예정이다. 동인 활동 외에도 개별적으로 시집을 내고 시화전에 참가하는 등 활동을 하고 있다.
윤선효씨는 『염원』 『임진강』을, 김효경씨는 『양면불』을, 원용문씨는 공동 수필집을 각각 내놓았고 김광수씨도 시집을 준비하고 있다.
직장 관계로 춘천에 있는 길미자씨는 시화전을 가지는 한편 시조 문학지를 국어 교사에게 보내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회원이 20∼30명되는 다른 동인 단체가 조금도 부럽지 않다면서 단출한 식구끼리 친화를 가장 앞세우는 씨얼 문학회는 회원 가입이 까다롭기로도 이름나 있다.
동인지가 한해도 거르지 않고 나왔고 일단 동인이 된 사람이 한명도 이 회를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 회원들의 친화와 결속을 말해주고 있다.
이태극씨의 지도를 받아온 씨얼 문학회 회원들은 힘이 자라면 월하 이태극 시비를 세우겠다는 염원을 갖고 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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