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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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고전 『좌부』에 나오는 얘기다.
『황하가 맑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한이 없네. 사람의 짧은목숨으로야 그때룰 어찌 기다릴수 있겠는가.』
원래 주시의 한 구절이라고 한다. 강대국들에 시달리던 정나라의 어떤 신하가 푸념으로 한 말이다. 기원전560연대의 일이다.
「백년하청」이라면 지금도 한숨부터 나온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되지않는 일.
바로 오늘의 한강을 굽어보면 절로 그 백년하청의 고시가 생각난다. 역대의 서울특별시장들은 으례 후렴처럼 한강을 살리자고 외쳐왔지만 백년하청.
요즘 서울시장은 거듭 「한강수질보전특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어느 대책도 아닌「특별」대책이다. 「특별」의 의미가 어느 정도인지 한번 기대해 본다.
지난 77년 여름 런던의 템즈강에서 물고기가 잡혔다고 온 세계가 떠들썩한 일이 있었다. 런던탑 바로 앞, 도심을 관통하는 상류에서 빙어·농어·장어·가자미가 트롤 그물에 걸려들었다. 실로 백년만의 기적이었다.
l878년 템즈강의 유람선 프린세스 앨리스호가 침몰했을때 그 회생자가 무려 6백40여명이나 되었다. 이때 그많은 사람들은 익사한 것이 아니라 유독강물에 질식한 것이었다. 이미 템즈강은 죽어 있었다.
템즈강을 죽인 것은 하수였다. 런던에 수세식변소가 보급되면서 강은 1백50년전부터 생명을 잃기시작했다. 과학자들은 1850년에 템즈는 죽은 강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백년하청은 영국의 고사가 아니었다. 오늘의 런던시는 하수의 60%를 정화하고 있다.
수중산소요구량의 65%가 회복되었다. 그 절반만 돼도 붕어는 살수 있다. 템즈강이 맑아지자 우선 철새들이 날아오고 런던의 공기가 바뀌었다. 새벽산책을 하는 런던녀들은 감미로운 공기를 음미할수 있게 되었다.
일본 동경의 스미다강만해도 연년이 맑아지고 있다.
하구의 정화시설을 통해 다시 맑아진 하수에선 비단잉어들이 뛰놀고 있었다.
바로 서을의 한강을 더럽히는 것은 가정의 생활하수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런 물이 하루 3백여만t씩이나 막강으로 홀러들어간다. 이 한강에서 서울시민은 매일같은 량의 수도물을 다시 끌어올려 마신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누군가는 서둘러 시작해야 할때가 되었다. 백년이 걸려 일도 시작이 없으면 정말 백년하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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