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동기 등 갈수록 "아리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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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황 「요한·바오로」2세 저격사건은 이탈리아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터키·서독·미FBI 등의 국제협력으로 저격범「아으자」의 인맥 및 범행전의 행적 등이 거의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그가 좌익테러분자인지, 우익테러분자인지 또는 종교 광신자인지. 아니면 팔레스타인이나 마르크스주의 세력의 추종자인지 아직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또 그가 정신분열증에 걸린 단독범인지 혹은 이탈리아·프랑스·서독 등지의 국제테러조직과 관련있는 인물인지도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첫날엔 식사도 거절>
「아으자」는 지금 비상경계체제하의 로마경찰서에서 연일 테러전담 수사관 경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수사진두지휘자는「붉은 단」등을 비롯, 테러수사에서 솜씨를 떨치고 있는 「칼루치」수석 검사.
검거직후에는 차입된 식사도 거절하는 등 단식할 태도를 보였으나 이튿날부터는 스스로 메뉴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의 대답은 엉터리 같으면서도 사전에 냉정히 준비한 것이어서 인지 수사관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교황을 저격한 것은 교황이 이슬람교를 박해하고 있는 그리스도교의 지도자이기 때문』 이라고 범행동기를 처음 밝혔다. 그리고 공범여부에 대해선 『세상 돌아가는 꼴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나머지 단독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측은 그가 지난 18개월 동안 별다른 후원자도 없이 위조여권으로 유럽각지를 돌아다닌 점등을 지적, 『국제혁명단에 고용원 자객』이라고 말하고있다. 그 동안의 수사과정에서 확실히 드러난 것은 이스탐불 공안형무소를 79년11월에 탈옥한 이래 13일 교황을 저격할 때까지의 구주전역에 걸친 대탈주 기록이다. 「드골」프랑스대통령 암살미수사건을 그린 소설 『재콜의 날』 과 너무나 흡사하다.

<『재콜의날』과 흡사>
저격용 권총 벨기에 제브라우닝은 불가리아의 암시장에서 구입했다는 자백이고 이후 서독·프랑스·덴마크·스위스·헝가리 등을 돌아다녔다.
작년말에는 튀니지에서 시질리아섬으로 건너갔고 금년1월엔 로마에 있다가 2월에는 밀라노로 옮겼다. 밀라노에선 한 터키여성의 제보로 시내 레스토랑을 경찰이 덮쳤으나 용케 도망쳤다.
작년 4월엔 중부이탈리아의 페르지아 대학에서 이탈리아어 강좌에 등록, 로마∼제노바 간을 통학하기도 했다. 이때에 스위스에서 열차편으로 권총을 갖고 와 로마의 테르미니역 래커에 숨겨두었다는 자백. 저격 이틀 전 다시 로마에 나타나 여관에 틀어박혀 있다가 13일 교황이 일반 접견을 하는 성베드로 광장을 향했다.
수사당국은 이 은 18개월 동안의 대탈주 행각은 『외국에서 극우테러단과 접촉하기 위한것』이라는 해석이다.

<주변 인맥 윤곽 판명>
「아으자」주변의 인맥도 거의 윤곽이 나타나고있다. 지난 15일에는 중부 터키의 직유직공「팔크」(28)가 탈옥한 후의「아으자」에게 자신의 여권과 출생증명서를 건네주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아으자」도 「팔크」 라는 별명을 사용 했음). 이밖에 위조여권을 만들어 준 터키의 전경찰서장과 교사 2명, 그리고 탈옥 후「아으자」가 이란으로 탈출할 때 이를 도와 준 한 터키인도 체포됐다. 이탈리아 수사당국은「아으자」의 저격계획을 방조한 것으로 보고있는 그의 친구 2명의 사진도 터키에서 구해와 지명수배에 나서고있다.
한편 모로코의「하산」국왕은 「페르티니」이탈리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배후에 리비아의「가다피」대통령이 있다』(밀라노의 코디엘 델라 세라지 보도)고 한 바 있고「아으자」자신은 수기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의 존재를 냄새나게 하고 있으나 수사당국은 이것도 진상을 숨기기 위한 작전의 하나로 보고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 수사당국이 오히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유럽에서「회색의 늑대」로 유명한 터키극우단체. 서독 등 서구각국에 1백29개의 지하지부를 갖고있고 터키를 비롯, 유럽각지에서 테러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협력 등으로 수사는 이처럼 상당한 진전을 보고는 있지만 아직도 수수께끼는 많다. 수수께끼의 첫째는 저격범이 쏜 총탄의 수. 처음엔 5∼6발로 알려졌으나 그후 3발로 정정했고 17일엔 다시 2발로 정정했다.

<잠적비용 5만 여불>
『한 범인이 쏜 2발로 교황과 두 여성이 당했다』는 견해다. 단독범이냐 복수범이냐는것을 알 수 있는 중요 단서가 되기 때문에 수사당국안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하는 수사관도 많다.
두번째 수수깨끼는 방대한 자금의 출처다.
탈옥 후 18개월 동안의 잠적비용은 자그만큼 5만4천 달러(약 3천8백 만원).
이 밖에 체포당시 가지고있던 이탈리아 리라, 스위스 프랑 등 6백 달러 상당에 대해선 도둑질한 것이라는 자백이지만「아으자」의 전과기록엔 절도가 없다. 그래서 수사당국은 「아으자」가 마약거래단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도 보고 수사중이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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