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끼정권」의 시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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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일성명 「동맹관계」 어구속에 군사적의미 "있다""없다" 다투어|일본외교의 공신역에 먹칠스즈끼역량에 의문 높아져|노련한 「소노다」기용으로 외교뒷수습 모색> 미·일공동성명을 둘러싼일본 내각의 내부분규가 몰고온 「이또· 마사요시」(이동정의)외상의 사임은 일본외교의 대의공신력을 실추시켰을 뿐 아니라 「스즈끼·젠꼬」(영목선행)정권의 앞날에도 적지 않은 시련을 안겨 줄 것 같다.
「이또」외상사임의 직접원인은 지난 8일 미·일정상회담을 마치고 발표한 공동성명에 들어있는 「동맹관계」란 용어의 해석을 두고 「스즈끼」수상과 의견을 달리 한데서 비롯되고 있다. 『미·일양국간의 「동맹관계」는 민주주의 및 자유라는 양국 공유의 가치 위에 구축돼 있음을 인정…』 운운의 공동성명의 구절 중 「동맹관계」가 군사적인 의미를 포함하는지 논란이 일게되자 「스즈끼」수상은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내세운데 반해 당시「이또」외상을 비릇, 외무성측에서 『안보가 전제되지 않은 동맹관계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던 것이다.
특히 언론과 혁신계 야당들에 의해 미·일「동맹관계」가 점차 정치문제화하자「스즈끼」수상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제성 있는 표현이 들어있는지 조차 몰랐으며 외무성 쪽에서 멋대로 문안에 넣었다고 외무성으로 책임을 넘기기도 했다.
이렇게되자 일본 외무성 관료들은 공동성명 초안이「스즈끼」수상의 검토를 받아 승인 받은 것이며 군사적 성격이 포함된 미·일안보조약을 근거로 내세워 지금까지의 미·일관계는 이를 바탕으로 발전되어 온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외무성쪽의 이러한 반발은 「스즈끼」 수상이 미·일안보조약의 실체조차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일본국민의 「가식」된 군쟁동맹혐오증에 영합하기 위해 얼떨결에 둘러댔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또」당시 외상도 처음에는 「스즈끼」수상의 말에 동조했으나 곧 태도를 바꾸어 외무성관료들의 의견대로 동맹관계가 군사적 의미를 포함한다고 말해「스즈끼」의 화를 더욱 돋웠다.
그러나 일본의 여론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이또」 외상이나 공동성명을 작성한 실무진에만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무엇보다 수상 자신이 앞장서 미·일동맹이란 말을 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회담 전에 가진 워싱턴의 내셔널 프레스 클럽연설에서 「스즈끼」수상은 『자신의 마당을 자신이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그렇게 함으로써 미국은 후고(후고)의 염려 없이 인도양에 병력을 『스윙(이동)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것은 바로 미·일간 방위문체에서 역할분담을 약속한 것이며 이 같은 내용이 공동성명에 반영된 것에 지나지 앉는다.
「레이건」파의 회담에서는 방위력 증강은 곤란하다는 점을 역설하면서도 「미·일동맹」이란 말을 쓴 것을 스스로도 인정했다. 그래놓고 그 후에 공동성명에 들어있는 「동맹」이나 「역할분담」이 군사적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발뺌을 했다.
결국 이번 사태의 윈인을 만든것은 외교를 잘 모르는 「스즈끼」수상의 서툰 2중 외교의 결과였다는 얘기다.
「스즈끼」수상은 헌법 개정문제에 대해서도 『수상으로서는 개헌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돌아서서는 『당총재로서는 개헌을 지지한다』고 말했었다.
수상주변에서는 이 같은 태도를 「스즈끼」류의 균형감각』이라고 찬양해 왔지만 냉엄한 국제무대에서 이 같은 모호한 태도가 불상사를 몰고 왔다고 봐야한다.
이번 사태로 일본국내에서는 「스즈끼」 수상의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는 소리가 높다.
「이또」씨의 외상직 사임도 단순히 공동성명 작성방법에 책임을 느껴서가 아니라 「스즈끼」수상의 처사에 불만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수상이 사임을 만류하는데도 물러난다는 태도를 굽히지 앉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스즈끼」수상이 수상으로서의 역량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가 높아지는 경우 언제 밑을 받치고 있는 지지기반이 떨어져나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더우기 「이또」 전외상은 「오오히라」(대평)파의 승계자인 「스즈끼」사단의 막료장으로서 그가 등을 돌렸다는 것은 사단의 전력약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사태로 공신력이 땅에 떨어진 일본외교의 상처는 쉽게 아물기 어려울 것 같다. 일본은 당장 오는 6윌5일의 한·일외상회담을 비롯, 6월9일의「스즈끼」수상 구주순방. 6월20일의 아세안외상확대회의, 7윌의 서방선진국 정상회담등 주요외교일정을 앞두고있다.
이 같은 시점에서 일본이 어느 정도의 외교적 성과를 거둘지 관심거리다.
신임 「소노다」외상은 과거「후꾸다」「오오히라」내각에서 외상을 지낸 「스즈끼」의 지혜주머니로 알려져 있다. 그의 기용으로「스즈끼」 내각은 「이또」외상이 만든 공백을 메우고도 남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흔들리는 「스즈끼」정권의 전도를 감안할 때「소노다」의 등용만으로 만사가 해결된다고 기대하는 것은 속단인 것 같다. 한국의 입장으로서는 과거 배한을 두 차례나 왕래한 일이 있는 「이또」 외상보다 오히려 바람직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소노다」 외상은 과거 외상 재직시 대한관계발언에서 『너무 경솔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젠 외상 초년생도 넘었기 때문에 완숙한 대한관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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