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국민훈장 신성순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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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시장에 가면 사람들이 할머니는 어째서 늙지를 않느냐고 한다우. 하지만 평생을 애들하고만 지내니 나이가 들지 않는거라요.』
올해 어린이날 아동복지사업유공자로 단 한명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 명진 보육원 (서울 천호1동 10의32)원장 신성순 할머니는 72세.
고희가 지난 호호 할머니 나이인데도 아이들은 모두 「엄마」라고 부른다. 막내가 5살, 큰애가 대학1학년. 67명의 「딸」과 35명의 「아들」등 모두 1백2명이나 되는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학교 보내는 뒷바라지에 하루해가 짧다. 아직도 팔팔한 신 할머니는 요즘도 시장에 나가 찬거리까지 몸소 사 나르는 억척스럽고 바지런한 「또순이」 엄마노릇에 늙을 겨를이 없다. 『우리 집에서는 애들이 잘 큰다고들 해요. 아닌게 아니라 그 동안 별탈 없이 잘 커서 나갔으니 다 하나님의 크신 은총이라요』
자신이 키운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떳떳이 한 사람의 구실을 하며 사는 것을 보고 느끼는 보람보다 더 큰 보상이 어디 있겠느냐며 『그 밖의 것은 생각지도, 바라지도 않는다』는 신 할머니는 자신의 훈장서훈을 「뜻밖의 과분한 명예」라고 했다.
24세 꽃다운 처녀 몸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어 48년 동안 자식으로 키워낸 고아가 자그마치 1천4백70여명. 3명의 목사, 15명의 기업인, 53명의 공무원과 17명의 교사, 48명의 간호원, 19명의 군인, 22명의 사회사업종사자 등 각분야의 일꾼을 포함한 자식들이 전국 곳곳에서 「엄마」의 뜻을 따라 「정직하고 건실하게」살고 있다.
신 할머니가 이 사업에 처음 뛰어든 것은 l933년. 고향인 함남 이원에서 독립운동가의 자녀들이 일제에 가정을 빼앗기고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어 거리를 떠드는 것을 보고 나가던·교회건물을 빌어 16명을 모아 돌본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만48년, 결혼도 하지 않고 「버려진 아이들을 거두어 바로 키우는 일」에 모든 시간과 정력과 재산을 바쳐 헌신해왔다. 현재의 명진 보육원은 해방되던 해 월남, 서울 신당동에서 시작한 것. 구의동· 천호동으로 옮겨가며 현재는 6백80평의 대지에 철근 슬라브 2층 건물, 1백2명의 원아를 수용하는 시설로 키웠다. 신 할머니 외에 보모 등 직원이 12명.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데살로니가 전서 5장16절) 신 할머니의 좌우명이자 보육원의 가훈. 3대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그에게 신앙은 사업의 동인(동인)이고 평생의 지주다. 신당동 한일교회의 권사이기도하다. 【문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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