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길 걷는 옹기-값싼 플라스틱 에 밀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전남강진·경남 울주=정일상·김수길 기자】조상전래의 특산품인 옹기그릇이 플라스틱 품에 밀려 사양길을 걷고 있다. 납 성분이 없는 자연 유액을 사용하는 것으로 7백여년 동안 명성을 떨쳤던 전남 강진군 칠량면 봉황리 강진옹기와 경남 울주군 온양면 고산리·망양리 일대의 옹기주산단지는 판로를 잃고 타산이 맞지 않아 생산을 외면, 두 곳의 20여 가구만이 옹기를 만들어 명맥을 겨우 잇곤 있다.
강진옹기는 납 성분이 없는 자연유액을 사용, 음식 맛이 변치 않는 특색과 함께 이조 중엽 때부터 번창해왔다.
특히 이 마을은 고려자기도요지인 강진군대구면사당리가 불과 5㎞ 거리에 있는 등 이 일대 진흙이 찰 지고 철분이 많아 옹기를 만드는데 적지.
또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어 전남·북 일대와 제주지방에 수로를 이용, 운반하는 수송상의 이점을 안고 있었다.
때문에 해방 당시만 해도 이 마을 1백10가구(6백50명)가 모두 강진옹기의 제조 또는 판매에 종사해왔다.
강진옹기는 옹기의 표면에 흙과 재를 겪어 만든 자연유액을 발라 1천도 이상으로 구워내기 때문에 화공약품을 유액으로 쓰고 7백도 정도에서 구워내는 다른 지방의 옹기에 비해 휠씬 안전하고 음식 맛을 제대로 보존할 수 있다.
이 같은 강진옹기는 플라스틱 제품이 대량생산되면서 10말들이 옹기가 1만5천원인데 비해 같은 크기의 플라스틱제품은 1만3천원으로 값이 싸기 때문에 자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됐다.
질 좋은 점토와 햇볕이 많은 따뜻한 기후, 편리한 교통 등 입지조건이 좋아 60년대초 번성했던 경남 울주군 온양면 고산· 망양리와 양산군 상북면 일대 옹기제조업자들도 적자조업 속에 허덕이고 있다.
경북 군위에서 10년간 옹기를 굽다 지난 가년 이곳으로 온 이흥걸씨(50·망양리468)도 이미 2년전부터 가마의 불을 끈 채 5식구의 생계를 위해 밭을 갈고있다.
『시세도 시세지만 요즘은 옹기 빚는 기술자가 없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모두 「천한 일」이라 해서 어디 배우러 드나요. 쓸만한 기술자 하나 데려오려면 백만원 정도를 줘야하고 그나마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2개의 가마를 가지고있는 최상일씨(41·고산리125)는「기름 값처럼 오르지 않는」 옹기 값보다도 「옹기 빚을 사람이 없는 것」을 더 걱정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