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이끄는 신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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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신문주간의 표어는「시대를 이끄는 신문」이다. 어찌보면 그같은 표어는 오늘의 우리신문이 새시대의 발전을 기약하는 매우 의욕적인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신문의 다양한 기능가운데 어찌「선도기능」이 새삼 문제란 말인가.
매스컴이론은 흔히 신문의 사회적 기능을 정보제공, 교육·문화전승, 오락으로 대변한다.이런 정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특수성을 가진것이 신문이라고 설명되기도 한다.
신문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 불가결한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사회환경을 감시하며 사건이나 문제에 대해 경고하는 역할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신문은 정보의 전달자요, 여론의 전달매체일 뿐 아니라 사상과 행동을 이끌어 가는 선도자적 역할도 한다.
물론 그같은 신문의 선도기능이 요즘 와서 새삼 강조된 것도 아니다. 이미 1821년 영국에서 「제임즈·밀」은 『국민이 부만을 갖는다는 사실이 나쁜 정부의 실정을 제거하는 유일한 수단이며, 그 불만을 창조하는 주무기인 언론자유가 문명이 발달한 사회에서는 절대로 필요한 안보요, 국가이익을 지켜주는 수호자』라고 지적한바 있다.
그 선도기능을 통해 신문은 사회에 대해 일종의 윤리화 기능도 수행한다. 신문은 전통적으로 기존질서를 옹호하는 보수주의 경향을 갖고 있으며 그 때문에 사회로 하여금 기존질서에 충실하도록 인도하게 되는 것도 잘 알려진 바다. 그 때문에 신문은「제4부」의 권력도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이같은 정기능에 못잖게 신문은 대중 취향에 영합하는 문화의 대중화에 기여하며 정서불안과 소외감으로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마취적 역할도 수행하는 역기능도 없지않다.
따라서 저급의 대중지일수록 수동적인 인간형의 형성을 통해 공적행위의 비판적 능력을 약화시키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신문의 일반적인 성격을 살펴보면서 우리는「새시대」라는 여건속에 전개되어야할 우리 신문의 특수한 기능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광복후 우리 신문사에서 가장 큰 격변의 시기였던 1961년 제3공화국 이후의 20년간을 보내고 이제 1981년 제5공화국의 출범으로 우리 신문도 새로운 차원의 시기를 맞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이미 제5공화국 헌법은 언론 자유를 국민의 기본적 자유로서 보장하고 있으며 따라서 새삼 「언론자유」 그 자체를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그럴 계제에 있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전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산업민주주의국가」건설의 이념을 밝히면서 이의 실현을 위해 전쟁의 위협으로부터의 해방, 빈곤의 위협으로부터의 해방, 정치적 탄압과 협력남용으로부터의 해방등 「3대해방」을 역설한 바도 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사실로서 새 시대를 이끌어 가는 우리 신문의 입각지를 보다 확고하게 하는 보증이 아닐 수 없다.
전쟁으로부터의 해방은 소극적으로는 전쟁에 대비하는 튼튼한 안보와 국방이 해결해 줄 것이나 적극적으로는 평화주의의 구체화에서 이루어진다.
또 빈곤에서의 해방도 경제의 발전과 공정한 분배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탄압과 협력남용으로부터의 해방은 정치지도자의 현명한 판단과 언론의 활성화로 획득될 수있는 것이다.
언론의 활성화가 반드시 선도적 기능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선도에 앞서 정보 전달의 1차적 기능에서부터 활기를 띨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선전기능은 비판하고 주장하는 역할에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언론은 조작될 수 도 있으며 역기능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선도기능이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다.
그러나 언론이 활성화되면 언로가 막힘이 없기 때문에 적어도 진실이 감추어지거나 왜곡되는 일은 없게된다.
그럴때 올바른 의미에서 신문의 선도기능도 원활히 될 것으로 보인다. 비판과 견제를 원활히 수행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정치적 탄압이나 협력의 남용 같은 비리는 이땅에 발붙일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시대를 이끄는 신문」을 표어로 내세우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정부의 「3대해방」의 실현을 확실하게 하자는 뜻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이번 신문주간은 신문의 자기반성과 희망의 계기로서 마땅히 기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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