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프로들 성의 엿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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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KBS가 광고방송을 한지 20일이 가까운 지금까지 『시청료도 내면서 상업광고를 감수해야 한다』는데 아직도 납득 못하는 시청자들이 많은 것 같다.
그 까닭이야 이 지면에서 캘 성질의 것이 아니지만, 처음 KBS측이 내건 구호-『광고의생활정보화』『광고의 「프로그램」화』는 지금까지 만으로 보아선 단순히 구호로 그치고만 느낌이다.
물론 광고주가 「프로그램」제작에까지 간섭해서 폐단이 컸던 종전의 「프로그램·세일」방식에서 광고만을 한데 모아 따로 내는 「블록」식을 채택한 것은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한 건의 광고 당 20초이던 소요시간을 30초로 늘리면서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상품지식 내지 생활정보까지를 전달하겠다던 약속은 그 실행이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게다가 본 방송은 「컬러」로 방영하면서 광고는 종전에 제작된 흑백 「필름」을 계속 틀고있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낭비가 아닐까?
□…지난 한 주는 그 동안 침체를 거듭해온 MBC-TV가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나 힘찬 기지개를 켜듯 새로운 의욕을 보여줘 반가웠다.
예년처럼 봄철 「프로그램」개편이란 말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신설된 「프로그램」마다 시청자들에게 뭔가 보여주려는 제작진의 성의가 엿보여서 호감이 갔다.
특히 새로운 고발보도 「프로그램」 『「레이더」11』(17일 밤10시5분) 첫회 『비뚤어진 성』은 이제까지 겉 핥기 식으로만 그것도 아주 드물게 다루어져 온 청소년의 성 문제를 성 범죄와 미혼모 증가추세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으로 깊이 있게 파고듬으로써 별다른 생각 없이「채널」을 맞췄던 시청자들에게 대단한 충격을 안겨줬다.
「매스·미디어」가, TV가 할 수 있는 사회교육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게 단순한 보도 「프로그램」의 영역을 넘어서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 커다란 문제를 제기하는 많은 「메시지」가 담긴 시간이었다.
한가지 유감은 시종일관 개탄 조를 못 벗어난 해설자의 어조가 청소년을 문제아 취급하기 좋아하는 기성세대의 전형 같아 거슬렸다는 점.
첫 회분에 보낸 시청자들의 갈채가 헛되지 않게 제작진의 계속적인 분발을 기대한다. 【이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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