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서류 사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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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규모 여권서류사기단이 또 검거되었다. 이들 일당은 해외출국희망자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위조서류를 꾸미는 방법 등으로 상용여권을 발급받아 그동안 무려 35명을 불법출국 시켰다는 것이다.
해외이민이나 취업을 빙자한 사기나 가짜서류로 여권발급을 받는 이러한 범죄가 흔히 일어난 것은 국민들의 해외여항에 대한 욕구 및 수요가 급증한 데 비해 여권을 발급받기까지의 절차와 자격요건이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에 대한 규제가 심하면 심할수록 자연 국민들간에는 해외 「콤플렉스」같은 이상증상이 생기게되고 여권사기등 범죄의 소지도 따라서 늘어난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심리는 묘해서 어렵고 까다롭다고 하면 더욱 해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약간의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출국을 하고싶은 충동을 느끼게되고 까다로운 절차 끝에 기어이많은 돈을 써가면서 어쩌다가 해외나들이라도 하게되면 필요 없이 귀국일시를 늦추고 별로 긴하지도 않은 「쇼핑」도 하게된다. 서울 남대문시장만가도 얼마든지 살수 있는 국산품을「달러」로 사오는 촌극은 그래서 빚어지고 여권사기에 걸리는 일도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폐단이 없어지려면 해외여행의 자유화를 해야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해외여행이 어려운 것이 아니고 원하면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면 이런 폐단은 자연 없어질 것이다.
뿐만아니라 해외여행의 자유는 현대시민의 기본권이며, 우리가 세계시민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기반을 넓히기 위해서도 그 시행은 빠를수록 좋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더우기 수출입국을 위해 선진기술과 문화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한 우리의 처지에서 여권절차가 번잡하고 자격기준이 까다로와 국제무대로의 진출에 장애가 된다면 그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7O년대후반부터 해외여행의 자유화가 꾸준히 거론되고 여권절차가 조금씩이나마 간소화된 것은 사실이다. 특히 금년들어 초청방문의 범위를 3등친까지로 넓히고 부부동반여행의 문턱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여권법개정작업이 진행 중인 것은 해외여행의 자유화를 향해 한발짝 다가선 조치라고도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개방사회로서는 어울리지않게 해외여행에 제약을 가한 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었다. 남북대치라는 특수상황과 국내적 여건도 작용앴지만, 가장 큰 명분은 쪼들리는 외화를 아끼자는데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들의 해외여행의 폭을 과감하게 확대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여권절차가 그렇게 까다로운데도 해외나들이를 하고자하는 사람은 무슨 명목으로 건 출국을 하고있고 외화를 절약해야할 일부계층의. 해외여행은 사실상 풀린 것이나 다름없다.
그럴바에야 외화절약이 국민들의 출국을 규제하는 명분이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특히 제5공화국의 출범과 함께 우리의 국력과 정치적 안정을 과시하고 북괴에 대한 우리의 우위를 증명하기 위해서도 해외여행의 제약은 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일시에 전면적으로 풀면 여행「러시」로인한 혼란이 예상되므로 인원수 및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되어야할 것이다.
해외여행이 무슨「특권」이나 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풍토에서 여권사기같은 범죄는 근절될 수 없다. 이런 부끄러운 범죄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도 해외여행의 자유화를 앞당길 필요성이 있음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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