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제12대 대통령 취임에 붙여|천금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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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제5공화국이 출범했다.
출범을 하기 전의 배는 언제나 그 항해에 합당한 항로를 설정하게 마련. 항로는 해도상에서 하나의 분명한 선으로 나타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예정항로가 실제항로와 일치할 수는 없는 법이다.
바다는 망망한 것이며 따라서 그 위에는 아무런 안내판이나 도등도 없다. 배가 항로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항해가는 촌시도 게을리 않고 바람을 가늠하고 물길을 측정하며 우람한 「엔진」의 가동 상태를 점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내판이나 도등은 언제나 항구가까이나 항내에만 있는 것이니까.
새 시대·새 역사에로 향해 그와 같이 우리 대한민국도 이제 막 닻을 감아 올렸다.
그 우렁찬 출범국의 항해가로 우리의 숙명적인 영도자 전두환대통령이 제12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한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고 그리하여 저<민주>와 <정의>와 <복지>에의 목적항을 향해 전두환대통령 그 자신이 직접 거대한 조타륜을 힘껏 손아귀에 거머잡은 것이다.
『일찌기 내 계급이 육군중령이었을 때에 나는 그 이상의 계급을 결코 탐한 적이 없었다. 소위 때도 그랬었고 중위 때도 그랬었지만 나는 언제나 내 어깨 위에서 빛나는 계급장에 백번 만족했었다. 그러나 나는 그 계급을 달고 있으면서도 꼭 한가지의 대결의식만은 머릿속에서 떠나보낸 적이 없다.
물론 정의와 명예와 그리고 군인이라는 본분에 충실하려는 나의 굳은 의지 때문이었다. 가령 내가 중령이었을 때, 나와 똑같은 계급의 북괴군 대대장과 1대l로 대결하는 경우가 있다고 치자. 전술에서도 학술에서도 그리고 심지어는 씨름을 하거나 박치기로 맞붙었을 때에도 나는 결코 그 상대에게 패해선 안되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고 있었다.』
「나폴레옹」의 전기를 열두번이나 읽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사에 관한 책이라면 저 포연 자욱한 열대 밀림의 월남전장에서도 결코 손에서 놓아보지 않은 전대통령은 우리나라 역사의 뒤안길에 혈흔처럼 번져 있는 전란과 궁핍과 부패와 혼돈과 또한 정치현장에서의 무분별한 파쟁에 언제나 그의 영혼이 혼미해졌다고 말했다.
강한 자만이 결국 살아남게 된다는 말은 이제는 퇴색한 원시의 속언이 되어 버렸지만, 그러나 전대통령 그는 그렇게 흔하면서도 도처에 나딩굴어 다니는 바로 그 말이 직접 우리의 생존권에 직결되는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저 절박하고 소중한 우리의 생존권을 보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결에서도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그는 어떤 대결에서도 승리하기 위해 그의 차가운 영혼을 무자비하게 채찍질하고 또 갈고 닦아왔던 것이다.
싸움터의 지휘만으로 천하의 평화를 가져올 수는 없는 법이다.
실제로 사람들을 심복시킬 만한 「덕」과 자연의 뜻에 맞는 진리와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운명이 그 어디에선가 크게 지배의 실타래를 감고 있어야 하는 법.
작년 9월l일 제11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래 전대통령은 과도기라고도 할 수 있는 지금까지의 불과 여섯 달 동안에 그의 그 천부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결의식을 실천으로 우리들 국민들의 머릿속에 깊숙이 심어주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미국대통령「레이건」과의 대결. 바로 그것이었다. 그 대결에서 승리함으로써 전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지위향상과 우리의 생존권을 굳게 지켜나갈 한반도의 안정 및 나아가시는 동북아에 걸치는 광범위한 대단원의 평화유지를 위한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지금까지의 생애를 정확하고 철저하게 영위해오는 동안에 촌시도 대결의식에서 벗어나지 않음으로해서 <용>과 <덕>과 <진리>와 <운명>에 여울하는 모든 고귀한 것을 득달했던 것이다.
그 모든 뭉뚱그림은 결국 한 마디로 해서 올데갈데없는 그의 국가관일 터이며 그것은 이미 그가 군인으로서 그의 생명을 국가에 바치기로 작정하고 저 육군사관학교의 정문을 들어섰던 30년 전의 그 순간부터 이미 확립되어 있었던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인류의 정치적 체험과 원망에서 비롯되는 정치원리 및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한가지의 정치형태일 것이고 또한 그것은 더욱 쉽게 풀이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를 균등토록 한다거나 평등의식이 넘쳐흐르는 사회의 구현일 터이다. 그것이야말로 지금까지 전대통령이 목메게 부르짖고 있는 <복지사회>가 아니겠는가.
가난한 토착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일제식민치하에서 망국의 한을 씹으며 낯설기 그지없는 이국의 만주벌판으로 본의 아닌 유랑 경험도 가졌던 쓰라린 기억이 아직도 그의 기억에 생생한 이상, 전대통령이 내건 조국의 생존이나, 나아가서는 민주주의의 토착화, 복지사회의 건설, 정의사회의 구현, 그리고 교육혁신과 문화창달 등의 몇 가지 국정지표는 결국 앞서 말한 원대한 대항해 끝의 목적항과 진배없겠다.
얻어먹기보다는 남에게 주기를 즐겨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육군대장으로 진급하더라도 명예스럽지 못한 일로 옷을 벗기보다는 한갓 2등병에 불과한 병사여도 그가 당당히 명예스러운 제대를 했다고 하면 그게 바로 그의 생애에 있어서의 성공일수 있다는 평소의 그의 신념은 듣는 우리를 감동시킨다.
읽어볼 마땅한 책 한 권 없었고 심지어는 참고서 한 권 손에 쥐어보기 어려웠던 그의 그 어린 시절 동안에도, 아마 틀림없이 그랬었기 때문이겠지만, 그는 「에이브러햄·링컨」을 흠모하고 그리하여 『나도「링컨」과 같은 의지의 사람이 되자』고 그렇게 굳게굳게 다짐했었던지 모를 일이었다.
가난함이란 결코 부끄러울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러나 그런 그의 어린 시절에서도 『부모와 형제와 그리고 자식들로부터, 나중사회에 나와서는 선배나 후배들로부터 시종여일하게 사랑만 받아왔음에 틀림없다』고 그는 회고하며 이제는 일방적으로 받아오기만 해왔던 그 사랑을 아낌없이 베풀어주어야겠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결코 후회하는 생애를 살고 싶지가 않다. 나의 생애를 저울질하는 것은 결국 역사일 터이지만, 그것도 민주주의의 방식으로 평가받고 싶다. 예컨대 나의 앞으로의 끈질긴 창조적 의지가 나중 대다수의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게될 때 그러면 나는 그것만으로 만족할 생각이다』
이렇게 서슴없이 말하는 전두환대통령을 우리들 국민들이 선택한 것은 따라서 당면한 시대적 순류일 것이며 엄숙한 역사의 소명일 수도 있다.
그를 우리들이 소명한 이상 이제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이라는 초대형 항행선이 저 원대한 목적항을 향해 정확하고도 연착하지 앉도록 우리의 숙명의 영도자에게 맞추어 노를 저어주어야 갈 것이다.
(필자는 41년 부산태생이며 최근 『황강에서 북악까지』란 전두환대통령 전기소설을 저술한 작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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