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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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정의 종」은 76년7월4일 미국독립 2백주년을 기념하여 우리가 보낸「나라의 선물」이다.
그 종이 어제(미국현지시간29일상오8시)방미중인 전대통령과「로스앤젤레스」 시의 「브래들리」시장에 의해 33번 타종되었다.
한교가 많이 사는「로스앤젤레스」에서 멀지않은 「샌페드로」의 「에인설즈·게이트」 공원에 이종이 설치돤 것은 76년10월4일.
우리나라 최대의 범종인 성덕대왕신종 (일명에밀레종)을 본뜬 모양에 자유의 여신상과 한복의 여인을 나란히 아로새겨 한미 우의를 표현한 종이다.
높이 3백66cm·지름2백27cm·무게 27t의 거체다.
국보29호인 에밀레종은 크기에서뿐아니라 아름다운 모양과 뛰어난 음향으로 한국종의 대표적존재다.
「신라종」으로 흔히 알려진 한국종은 세계에 비견할 례가없는 독보적 위치를 점한다. 「프랑스」교수 (미 「미시간」 대) 도『종에 관한한 한국의것을 따를것이없다』 고 했다던가.
종음악(벨·뮤직)의 연구가들은 한국종의 뛰어난 음기애 우선 감동한다. 서양종처럼 소리가단순하며 직선적이지않고 굴곡이길고 다양한 것이 한국종의 특장이다. 두귀를 막고야 들을수 있게 웅대한 음폭의 것이 있는가하면 겨레의 수난을 심금으로 울려주듯 슬프디 슬픈것, 여리고 여린것이 있다.·깊고 부드럽고 은근한 것이 모두 한국종의 소리다.
굴곡 심한 강약의 음문이 길게뻗어가는 여운은 바로 자비·해탈의 불음, 바로 그것의 표상이다.
범종은 바로 불교의 원산지인 인도에서 발전되었다. 그러나 인도· 「버마」등 남방불교국들에선 목탁같은 목종이 있을뿐 우리가「종」이라고 부르는 범종의 혐태를 갖춘것은 우리나라와 중국·일본종뿐이다.
그중에도 한국종은 형태와 조각과 소리에서 타의 추종올 불허하는 우수성을 과시한다.
투박하고 우악스런 중국종, 짜임새없고 종신만 멋없이 긴 일본종, 그리고 단조롭고 귀가 아픈 서양종은 아예 상대가 되지않는다.
에밀레종에 이르러선 그 한국종의 실체가 그대로 모두 나타난다. 1천2백여년전 신나혜공왕이 성덕대왕의 명신을 위해 이종을 완성하라는 선왕의 통지를받들어 부철빈야 경국의 힘을쏟았으나 만들어지지않다가 쇳물에 어린이를 공양하고서야 소리나는종을 만들게 되었다는「에밀레」의 전설이 담긴 종이다.
이 종의 성분이 구리90%, 금·주석외에 규소·탄소·인이 들어있어 이 전설은 무근한 얘기같지만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이종소리는 유난히 크고 웅장할뿐더러엄숙· 처절한맛마저 감돈다.
그 에밀레종을 븐뜬 「우정의종」이 과연 신라인의 주종기술을 그대로 되살릴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미국에 걸린 그종이 아무쪼록 한국인의 뛰어난 예술감각을 부끄럽쟎게하며 그 종의 명문말미처림 「자유와 평화를 기원하는 양국민의 의지와 무한한 번영에의 염원을 싣고 우렁차게 퍼지기」를 기대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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