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외국쌀을 대량 유입하게 됐나|고저지대 가리지않은 벼신품종 권장이 일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80년 쌀 작황이 평년작보다 1천만섬 밑돈다는 것은 생산량이 약2천5∼6백만섬 정도라는것을 뜻한다. 이같은 수확량은 68년의 2천2백만섬이래 12년만에 가장 적은것이다.
77년에 4천1백70만섬을 생산했던 실적에 비하면 큰 뒷걸음질이 아닐수 없다. 78년에 한발, 79년에 도열명피해로 큰감수를 겪고 지난해 또다시 흉작이래 연3년째 쌀농사가 안좋은것이다.
이 처럼 기록적인 흉작을 기록하게된 가장 큰원인은 물론 불가항력적인 기상이변 때문아다. 냉해만 없었다면 평년작은 건졌을 것이다.
그러나 통일계 벼를 확대재배했다가 연 3년간 큰 감수를 보게된 것을 생각하면 농업당국의 벼품종선택에 무언가 잘못이 있었다는 점을 감출 수 없다.
우선 통일계품종은 남방계통인 「인디카」와 일본계통인「자파니카」의 교배종으로 다수확의 장점은 있으나 추위에 약하다. 이러한 남방계통이 섞인 벼품종을 몇해동안 계속 기온이 낮고 여름이 짧은 우리나라에 심어 잇따라 가뭄·병충해·냉해피해를 보게된것이다. 중부지방과 기후가 비슷한 일본의「이와떼」현 농사시험장에서 밀양23호를 재배한 결과 지난해 냉해로 95%가 죽었다는 보고가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11월 높고 낮은지대를 가리지않고 다수확품종이라고해서 무조건 재배토록 종용한것이 80년 농사를 그르친 이유의 하나가됐다고 지적한 일이있다.
일본의 경우 새품종을 개발할땐 오랜 시험재배를 거쳐 정말 자신이 서야 국민에게 권장하는데 한국은 너무 서두르고 똑같은 품종을 계속해서 심게 한것이 탈을 빚게했다.
품종의 선택도 일본은 농민에게 맡겨 해마다 취사선택토록하나 우리의 경우 「증산」 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신품종을 강요, 결과적으로 재래종보다 감수를 당하고 농민의 원망만 샀다.
농수산부가 일찌기 80년 농사가 시원치않을 것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외국쌀수입을 서둔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지난해의 세계적인 흉작으로 각국이 「곡물사재기」 에 나섰으며 이때문에 값이 폭등하고 물량부족 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크게는 국제적인 곡물동맹의 판도가 바뀌고 식량이 석유와 마찬가지로 무기화하는 양상을 띠고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방인 미·일을 비롯, 동남아·「유럼」·중동에까지 손을뻗쳐 비록 9억 「달려」 의 댓가를 치뤘지만 감수물량에 해당하는 만큼을 확보, 일단 「발등의불」만은 끈셈이다. 그동안 전국각지에서 올봄의 쌀값이 가마당 10만원에 이를 것이라는 유언비어가 나돈것이 사실이다. 특히 농민들이 도시에서 방출되는 정부미를 사들이고 도시에서도 몇달치의 양식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나타났었다.
그러나 이번의 외미도입물량 반포로 이같은 쌀부족 공포는 해소될 것으로 보이며 시민들의 헙조가 절실하게 됐다.
농수산부당국은 이번의 흉작을 교훈삼아 대대적인 식량절약운동을 벌일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벌일 식량절약운동은 진실로 국민의 공감과 호응을 불러일으킬수 있는 것이어야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금까지도 식량절약운동을 수없이 벌었으나 별성과를 못올린 이유는 즉흥·전시적이고 지속적이지 못한데 있었다. 정부가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국민들의 입맛에 맞지 않고 호감을 사지못하면 식생활개선이나 절약이 될수없음은 분명하다.
정부가 이번에 81년쌀생산량을 실현가능한 양으로 축소조정한 것은 숫자조작을 통한 실적위주의 농정을 개선하겠다는 용단으로 풀이된다. 국민의 정부통계불신을 다소 해소하는 계기가 될것이며 이를 계기로 모든 농업통계도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신종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