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출신 보수파가 주류 중도노선 추구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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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주에 국방장관 등 8명의 각료를 임명했던 「레이건」미 차기 대통령은 16일 국무장관에 「헤이그」 전「나토」사령관, 노동장관에 「뉴저지」주 출신 건설업자 「레이먼드·도노번」씨 등 2명을 새 각료에 추가함으로써 앞으로 들어설 미행정부의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됐다.
이제까지 인선결과의 특색은 각료들의 사회적 성분면에서 백인 중산층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는 50년대 「아이젠하워」공화당 행정부와 비슷한 모습을 띨 것 같다.
이번 조각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두드러진 점은 서부지역 출신 인사보다는 전통적인 동부지역 출신들이 주류를 이룸으로써 동부지역의 중도적 영향력을 무시하기를 바랐던 당내보수세력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국 강경한 보수의 「이미지」를 풍겼던 「레이건」은 완고한 보수주의의 노선이 아닌 중도공화당 노선을 추구할 것임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각료들의 면모와 「레이건」의 정치「스타일」로 보아 내각 운영방식은 「카터」행정부가 측근 참모들의 자문에 크게 의존했던 것과는 달리 대기업체의 이사회「스타일」로 운영될 것 같다.
그런 가운데서도 「헤이그」 국무, 「와인버거」 국방, 「스미드」 법무, 「레건」 재무, 「케이시」 CIA국장 등 정치 경험이 풍부한 5명으로 구성된 「슈퍼캐비닛」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레이건」신내각의 면면을 보면 ▲오래된 친구 ▲정치적 동지 ▲원숙한 기업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헤이그」 국무장관(56), 「리처드·슈베이커」 보건후생장관(54), 「드루·루이스」 교통장관(49)은 정치적 동지라 할 수 있고 「스미드」 법무장관(61), 「월리엄·케이시」 CIA국장(67) 등은 「레이건」과 오랫동안 교분을 나눈 측근중의 측근들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 「레이건」은 국내외 정책을 집행함에 있어 배짱과 소신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뜻을 펴보려고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헤이그」 전「나토」사령관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앞으로 「레이건」이 주장해온 힘의 외교를 추구할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부 민주당 쪽뿐 아니라 공화당의 보수파로부터 「헤이그」가 「워터게이트」사건 막바지에 「닉슨」의 수석보좌관을 지냈으니 국무장관에 기용하지 말라는 압력을 외면한 것은 「레이건」이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는 외교를 추구하겠다는 결의로 보여진다.
「헤이그」는 『「데탕트」정책을 바꿔야 한다』며 미국의 군사적 우위에 바탕을 둔 「힘의 외교」를 주장해 「레이건」의 평소 소신과 서로 맞아 떨어 졌었다.
특히 「헤이그」는 「키신저」가 「닉슨」의 안보담당 특별 보좌관일 때 「키신저」의 보좌역도 지냈기 때문에 외교와 안보문제에도 상담한 수준의 일가견을 가지고 있으며, 5년이 넘도록 「나토」사령관을 지내면서 「유럽」지도자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맺고 있는 점으로 보아 「레이건」행정부의 외교정책은 서방 동맹과의 「힘을 통한 동맹이 관계」를 중시하게 될 것 같다.
이러한 방향에서 앞으로 펼쳐질 한미 관계는 안보적 측면에서 더욱 결속이 강화될 것 같다.
「헤이그」자신이 지난 11월4일 미대통령 선거직후 상원의 한 「세미나」에서 미국은 동북아 안보 및 한반도의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 미 지상군을 한국에 계속 주둔시켜야 된다고 강조했고 「워싱턴」의 관계자들도 한미 관계는 보다 밀접하고 현실적인 유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무성의 한 고위관리는 「헤이그」국무는 공산국가, 특히 소련의 전략과 위협을 잘 알고 있으므로 그의 첫 외교 원칙으로 「맹방의 안보」를 천명할 것이며 「카터」행정부와는 달리 미국의 가치관을 그대로 타국에 똑같이 적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김건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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