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내신성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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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 각급 대학의 입시요강이 15일 확정 발표되었다. 이 요강에 따르면 실기성적을 중시하는 예·체능 계를 제외한 열반계열의 경우 고교 내신성적 반영 율은 예상보다 높아 20%만을 반영키로 한 대학은 54개교이고 서울대학교 등 37개 대학이 21∼30%를, 그리고 나머지 5개 대학은 31%이상 50%까지 내신성적을 입시에 반영키로 했다는 것이다.
본고사를 없애는 대신 예시성적과 고교내신성적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 「7·30교육개혁」이후 처음 실시되는 이번 입시에서 고교 내신성적 반영 율이 이처럼 높다는 것은 우선 이 개혁이 당초 목표했던 바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필연적인 조치로 생각된다.
예년 같으면 예비고사가 끝난 이때쯤이면 고3수험생들이 본고사에 대비, 입시학원에 다니고 과외공부를 하느라 학교출석률은 현저히 떨어지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지금 고교졸업반학생들의 출석률은 거의 1백%에 가깝고 각 과목에 걸쳐 고루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졸업시험·출석률 등에서 단 1점이라도 내신성적을 많이 따기 위한 것임은 물론이다.
기초교육에서부터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단계는 제각기 나름대로의 교육목적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단계마다 어느 정도는 완결성 있는 교육을 해야만 정상적이고 또 전인교육이 이념에도 합치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우리의 고교교육은 대학입시위주의 예속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영향은 중학교 등 하급학교에까지 파급되어 학교교육의 본질을 왜곡하는 결과마저 빚었음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고교교육의 정상화·내실화롤 기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고교3년간의 학과성적·출석률·각종 활동상황 등을 종합한 자료가 단 한번 치르는 고사결과보다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판별하는데 타당도가 높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대학입학에 있어 내신제의 확대실시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다만 지역과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는 내신성적을 얼마나 객관성 있게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으며, 성적을 매기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이른바 「치맛바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 문제점은 있다.
문교부는 고교내신성적을 최소한 20%는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한 7·30교육개혁의 후속조치로 내년도에는 고교3학년의 성적만을 기준해서 교과성적과 출석률을 9대1의 비율로 반영하되 지역·학교·주야간 등의 구별은 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정한바 있다.
내신 제가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와 교사를 신뢰하는 풍토부터 조성하는 일이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을 불신하고 그들의 창의와 능동적인 개혁노력이 외면 당한다면 우리의 교육발전은 요원하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하고자 한다.
정실에 흐른 극소수의 교사들에 의해 내신성적이 부정하게 작성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만 갖고 모든 교육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며 그러한 폐단은 자료각성의 기준이나 절차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만들고 부정교사의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로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종래의 입시제도는 과열과외 등 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제도자체에 대한 신뢰도는 높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내신제의 운용을 잘 하느냐 여부는 곧 새로운 대학입학제도의 성패를 가늠하는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내신 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 져 불신을 받는다면 그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질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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