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생 유인물 살포 내용 좌경화 돼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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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대는 13일 상오 지난11일의 유인물 살포사건과 관련, 권인혁 총장 주재로 대학원장·학-처장으로 구성된 교수간담회를 열고 유인물의 내용을 검토했다.
교수들은 유인물의 내용이 현재 일부의 「학생운동」이 학생 및 학원의 차원을 떠나 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부정하고, 좌경화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학구에만 전념하고 있는 건전한 대다수 학생을 보호하고 면학분위기를 유지키 위해 교직자들은 학생지도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간담회는 또 유인물의 내용이 순수한 학생들에게 주의와 경각을 촉구해야 할 내용을 담고 있어 대학의 구성원들에게 그 판단을 묻기로 하고, 유인물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 발표하기로 했다.
이날 교수간담회에서 분석한 유인물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인물 내용은 유물변증법에 바 탕한 계급투쟁 적 폭력혁명주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유인물은 국가기관을「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민중혁명」과 「적을 섬멸할 것」등을 투쟁목표로 삼고 있다.
▲정부 등을 「매판·파쇼지배집단」으로 전제하여 「투쟁」의 성격을「적을 섬멸하는 반 파쇼투쟁」으로 하고 있다.
▲유물변증법의 「모순대립관계」의 주장에 바탕을 두고, 자본가에 의한 노동자의 수탈관계로 경제 및 정치구조를 상정, 설명하고 있다.
▲유인물 내용은 「학생대중」과 노동자·근로대중에 의한 전투력강화와 혁명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멸」시킬 것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파쇼정권을 밀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더 이상 우방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근로대중」이 통일문제에 있어 통일국가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 통일방안을 「외세와 국내 매판지배세력을 이 땅에서 완전히 축출하고 민중의 통일을 성취하는 민중투쟁」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화를「민중투쟁을 보장할 민주적 제도」라는 방편으로 상정하고 있다.
◇학생운동의 성격을 「민중혁명의 전체투쟁을 진행시키는 주도 체」로 상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간담회에서는 유인물의 내용의 좌경적인 요소에 대하여 교육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한편 서울대 조용섭 학생처장은『5·17이후 서울대에서는 강의실에 10내지 20여장의 유인물이 2회 살포됐고 도로 바닥에「페인트」벽보사건이 1회 있었지만 지난11일의 유인물은 내용이 적화돼 공산세계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 등 학생운동이 좌경화 할 우려가 있어 이러한 내용을 학생·지식인들이 알아 앞으로는 이러한 사태가 또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 유인물 내용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지난11일 상오11시57분쯤 학생회관 구내식당과 도서관 남쪽계단에서 4명의 학생에 의한 1천여 장의 유인물 살포사건이 있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주동학생 4명을 12일자로 제명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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