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연예인들 정치지망「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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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치의 대중화 현장이 일어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의 눈에 익은 인기연예인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다.
평소 정치와는 인연이 먼 듯한 연예인들이라 이들의 정치참여는 연예계는 물론「팬」들에게도 관심이 대단하다.
몇몇 사람들은 이미 각 정당에 참여,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다른 많은 연예인들도 곧 나설 채비를 하고 있어 내년 선거에 임박해선 이들의 얘기로 연예계는 한동안 떠들썩해질 것 같다.
현재 드러난 정치참여 연예인은 영화배우로 신성일, 남궁원, 신영균, 이대엽씨 등, 「텔레비전」탤런트로 이낙훈, 이순재, 김동훈씨 등, 성우로는 고은정씨, 그리고 영화제작자로는 김태수, 이우석씨 등이다.
이 가운데 현재 영화배우협회장인 신성일씨는 한국국민당 발기인으로 이미 서울 마포-용산에서 입후보할 지역구까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2∼3년 전부터 고향인 대구에서 출마할 것으로 소문이 났던 신씨가 지역구를 바꾼 것은 조직을 새로 할만한 시간이 없어 자신의 얼굴이 좀더 알려진 서울로 바꾼 것이라고.
신씨가 마포-용산을 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이곳에서 한차례 선거를 치러보았기 때문이다. 신씨는 10대 때 이곳 출신 전 공화당의원 박경원씨의 선거참모로 참여했고 그때 해둔 조직이 상당히 완벽하다는 얘기들이다.
이대엽씨의 경우는 경기도 성남에선 대단한 유망주로 알려져 있다. 아직 특정 정당엔 소속하진 않았지만 평소 지역발전에 큰 힘을 쏟아 왔었고 대의원선거에선 전국 최고의 득표율을 기록, 그 지역에서 이씨의 인기가 얼마 마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남궁원씨는 강원도 모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났지만 본인은 부인하고 있으며 현재 영화연협회 이사장이며 명보극장 사장인 신영균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입후보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으나 창당작업이 한창인 요즘 미국에 가 귀국하지 않고 있어 주위 사람들을 궁금케 하고있다.
인기「탤런트」이낙훈, 이순재, 김동훈, 그리고 성우 고은정씨 등은 모두 민주정의당 창당 준비의원으로 껴있다. 그러나 아직 지역구 등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영화제작자협회장이며 태창영화사 회장인 김태수씨의 경우 민주한국당 발기인으로 도봉구 쪽으로 지역구가 굳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이 지역출신인 전 TBC「탤런트」홍성자씨와 맞붙게 되는 셈이다. 또 같은 영화제각자인 동아수출공사대표 이우석씨는 민정당 창당 준비위원으로 입당했으나 이번 선거엔 입후보 안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코미디언」송해·심철호씨 등도 끈질기게 출마설이 나들고 있으나 본인들은 부인하고 있다.
연예인들의 이같은 정계진출을 두고 정가에선 『지난번 선거에서 홍성자씨가 당선된데 용기를 얻었고 특히 올해엔 배우출신의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 자극을 준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 말고도 경우에 따라서는 타의도 작용되며 대중예술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높여보겠다는 의식도 각자 나름으로 작용되고 있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영화계에선 『영화를 알고 영화를 아끼는 정치인이 늘어나면 그만큼 우리 나라 영화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걸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활동에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이들은 연예인들이라곤 하지만 제나름대로 모두 어떤 단체에 소속돼 있어 많은 선거를 통해 선거의 요령과 조직엔 모두 일가견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선거에 대한 요령이 좋고 단순히 유권자들에게 얼굴이 익었다고 해서 쉽게 당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연예계에선 그들 나름대로 유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지역복지사업이나 특정분야를 위한 정책 등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들이다.
10대 때 홍성자씨가 도봉구에서 예상을 뒤엎고 당선된 것은 그가 단순히「탤런트」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20여년 동안 그 지역에 살면서 꾸준하게 노인과 불우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쏟아 결실을 본 것이 그 한 예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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