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명의 문인·화가의 육필·그림단긴 30년대 수재 시전집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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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34년9월에 간행된, 이광수·박종화·이은상·이상범·노수현씨등 문인·화가 26명의 육필과 그림이 곁들인 이색 한시역시집이 발견되어 문단의 화제를 모으고있다.
이 시집은 시인인 안서김억씨가 번역해 25부 한정판으로 발행, 몇몇 문인과 화가들이 나누어 가졌던 것인데 그가운데 김억씨가 보관했던 글과 그림이 곁들인 일부가 공개된 것.
이 시집의 이름은 『망우초』. 사륙판 1백85 「페이지」규모로 한성도밖말식회사발행이며 값은 5단으로 되어있다.
시집엔 백악전의 『객지에서 잔들고」등 칠언절구 96수와 『매화』 『강남곡』등 오언절구 개수등 모두 1백작수의 한시가 원문과 함께 김억씨의 번역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 시집에 글씨와 그림을 곁들인 문인·화가는 모두 26명. 시집 중간 중간에 일부러 백지를 넣어 제본, 26범의 문인·화가들에게서 글과 그림을 받아 책의 운치를 높인 것이다. 여기에 곁들인 글과 그림은 우리나라 문단과 화단의 선구자격들인데 그들의 초기육필과 그림이란 점과, 그 글속에 담겨진 뜻이 당시의 상황과 개인의 의식을 짐각할수 있는 것들이라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시집에 글과 그림을 그린 문인·화가는 ▲행인(화가·본명불명) ▲김억(시인) ▲김기림 (시인) ▲이광수(작가) ▲윤백남(작가) ▲박종화(작가) ▲주요한(시인) ▲김동인(작가) ▲김득진(화가) ▲현진건(작가) ▲이상범(화가) ▲이은상(시조시인) ▲최영수(화가) ▲안석영(시나리오작가겸삽화가) ▲노수현(화가) ▲이병기(시조시인) ▲이거우(화가) ▲이하윤(시인) ▲이마동(화가) ▲정지용(시인) ▲우천(화가·본명불명) ▲박영희(평론가) ▲김동환 (시인) ▲이태준(작가) ▲박팔양(작가) ▲김팔봉(작가)씨등.
이들은 당시 우리 문단과 화단을 대표할만한 문인·화가들로 당시 나이는 26세(김기림) 에서부터 42세(이광목)까지다.
글과 그림은 책의 성격상 완전한 작품들은 아니다. 글의 경우는 본인작품중의 긴구절이거나 세계의 명기, 또는 김억씨 개인의 인물평 등이고 그림도 「스케치」정도다.
이 책에 글씨와 그림을 그린 사람중에 현재서울에 생존해 있는 이는 화가이종우씨(82), 박종화씨(79), 김기진씨(78), 그리고 이은상씨(77) 등이다. 네사람은 모두 김억씨가 펴낸 이시집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책에 글과 그림을 그린것에 대해선 기억을 못하고 있다. 이종우씨는 『당시엔 그런 책에 글씨나 그림을 곁들이는 일이 한때 유행이었다』고 했고, 박종화씨는 『안서는 이 시집뿐아니라 「조선녀류영시집」 「중국녀류시선집」등 여러종류의 한시집을 번역해내 이시집을 기억하고있지만 그 시집에 글을 쓴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시집을 소장하고 있는 이는 진정척씨(45·서울진노구견지동87의1). 76년 누군가가 팔러 왔기에 소중한 책인것 같아 사두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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