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세계 첫 장애인 컴퓨터 속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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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가 선정하는 '올해의 장애극복상' 수상자로 선정된 심준구(35)씨. 그는 1급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컴퓨터 속기사라는 전문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사물의 흐릿한 윤곽만 겨우 구분할 수 있는 그는 1998년 컴퓨터 속기 국가공인시험에 합격해 세계 최초의 장애인 컴퓨터 속기사가 됐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인 78년 시력을 잃은 심씨는 97년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시각장애인의 직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개설한 컴퓨터 속기사 과정에 등록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함께 공부를 시작한 다른 시각장애인 한 명은 도중에 그만뒀을 정도로 힘든 교육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마저 포기한다면 시각장애인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하나 줄어든다는 생각에 끝까지 밀어붙여 3급 자격증을 땄습니다."

심씨는 공부를 계속해 1급 자격증까지 획득했고, 현재는 방송사의 자막방송을 전담하는 회사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다른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속기를 가르쳐 현재 3명이 컴퓨터 속기사로 일하고 있다.

심씨는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 풍토와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장애인들도 제도만 탓할 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18일 오전 11시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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