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속엔 백제왕실의 피가 흐르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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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 조상은 백제 26대 성왕의 제3왕자 임성태자이며, 내 몸속엔 자랑스런 백제인의 피가 뜨겁게 흐르고 있다』는 한 일본인이「조상의 나라」를 찾아왔다. 일본대판부 취전시에 사는「오오우찌·히로모또」(대내홍기·48)씨.
소학교 3학년 때『너의 조상은「조선의 임금」이었다』는 말을 듣고『내 조상의 역사를 밝혀 보겠다』는 마음을 굳혔다는 「오오우찌」씨는『대학시절부터 대내 가의 본거지였던 산구지방을 중심으로 지금은 몰락, 전국으로 흩어진 대내 일족을 하나하나씩 추적해 나갔습니다. 그 결과 대내가의 가계를 적은「대내 성쇠기」를 손에 넣게 폈지요』라고「뿌리 찾기 20년」의 경위를 밝혔다.
『대내 성쇠기』에 따르면 임성태자는 백제가 솨망의 기미를 보이자 당시 일본내 백제의 식민지 분국이던 주방국 좌파군 다다량빈(오늘날의 산구지방)에 건너와. 왜왕으로 등극, 그세력을 크게 떨쳤고, 일본에 대화조정 설립에도 깊이 간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내 가가 백제 임성태자의 후손임을 입증하는 자료가『대내 성쇠기』밖에 없어 난점이 많다고 말하는「오오우찌」씨는『일본의 역사가들이 임성태자가 단순히 전설상의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는 이른바 황국사관이라는 그릇된 역사관에서 비롯 되는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조선왕조 실록』에도 정종2년(1399)에 대내 제25대인 의홍이 조선왕에게 서한을 보내『선상의 망 백제의 옛 토지를 하사해 줄 것』을 요청한 일, 그리고 단종1년(1453) 제 28대인 자홍이 임성태자의「일본 입국기」를 보내줄 것을 조선 정부에 요청했던 사실을 들었다.「오오우찌」씨가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것은 지난 77년7월. 한국의 고대 사학자들을 만나고, 조상의 고향인 공주·부여 등 백제의 고도를 돌아봤다.『공주에 가서 무령왕(성왕의 부왕)능과 그 출토 유물들을 살펴봤는데 유물에 새겨진 문양가운데서 대내 가의 가문인「당화능」 (からはぴし)를 발견했습니다. 그 때는 정말 피가 피를 부르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라고 당시의 감격을 회상한다. 그의 주장인 즉 일본어 발음으로는「당」과「한」이 모두「かろ」로 발음되는데 원래는「한화능」이던 것을 일본의 역사가들이「당화능」으로 바꿔놓은 것이며『무령왕능에서 나온 유물에서 보이는 문양과 대내 가의 가문과는 반드시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오오우찌」씨가 대내 가의 뿌리를 찾는 일과 함께 그동안 벌여 온 또 하나의 사업은 흩어진 대내 가들을 한데 모아 그들의 뿌리를 확인토록 하는 일.
이를 위해「오오우찌」는 수년전부터 산구시에 대내 현창회를 설립,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1백30여가가 회원으로 등록돼 있으며 지난 10월에는 임성 태자 탄신1천3백50년제를 성대히 지냈다.
일본 근기 대학 법과를 졸업하고 한때 언론계에 종사, 그리고 지난 20년동안 자민당 선거참모부에서 일해왔으나 지금은 순전히 대내 가계를 밝히는 고대사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는 「오오우찌」씨는 임성태자의 실존이 확실히 밝혀질 때 지금의 일본고대사는 완전히 고쳐 써야 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덧 붙였다.<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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