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신앙의 생활화"에 힘쓰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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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기독교는 최근 선교 1백주년(1985년)을 앞두고 교세확장에 온갖 힘을 기울이며 각종 화려한 기념사업들을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러나 나는 오늘의 한국교회가 해야할 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교계의 갱신을 단행하는 한편 정의와 사랑을 실현할 수 있는 입체적 복음화 운동을 단행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교회는 첫째로 신앙의 기본자세를 재정비해야한다.
신비성과 보수성, 사회성이라는 기독교 신앙의 3대 원리 중 한국교회는 신비성과 보수성에만 치우친 나머지 사회성을 외면, 현실 도피적인 종교로 전락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교회는 이제부터라도 인류에 봉사함으로써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해야하는 교회의 사회성을 망각한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3대 원리가 원만히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는 사랑과 정의의 종교다. 따라서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야말로 기독교 신앙의 근본 사명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한국교회는 사랑을 빙자하여 불의를 합리화하고 정의를 외면해 버리는 무능한 교의로 전락하고만 있다.
이같은 현상은 1905년 미일 비밀각서가 작성되고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면서 일부 선교사들이 한국교계의 일제 침략항거를 견제하며 정·교 분리를 강조함으로써 정의구현의 사명감을 무디게 한데서부터 비롯됐다. 더우기 일부 교계지도자들은 일본의 권세에 복종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굴종함으로써 크게 빗나가고 말았던 것이다.
해방 후에는 북한교계의 일부 지도자들이 공산당에 굴종함으로써 한국 기독교의 정의는 끝내 땅에 떨어지게 되고 말았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지난날의 이같은 불의를 비호했던 나쁜 전통이 일부 남아 있어 하나님의 정의를 구현하는데의 장애적 요소가 되고있는 것이다.
둘째로 한국교회는 신앙을 생활화해야 한다. 종교의식인 예배에는 열중하면서도 신앙을 생활화하는 데에는 너무도 소홀한 것이 한국교계의 현실이다.
십자가를 믿기는 하나 십자가를 지는 일은 등한히 한다. 또 이웃을 돕는 일이나 민중과 고락을 같이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교회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하나님의 뜻과 『지극히 작은 자에게 봉사하는 것이 예수님께 봉사하는 것과 같다』고 하신 주님의 뜻을 실천에 옮기는데 힘써야겠다.
다음으로는 교계의 부조리들이 단호히 시정돼야 한다. 70여개 교파로 난립한 기독교 교단들은 하나로 합쳐 민족교회를 형성하고 신학교는 역사의식이 있는 신학교육으로 민족을 구원할 인재양성에 힘써야 한다.
교세확장에 급급한 개척교회의 난립을 지양하고 교회의 재정은 30∼50%를 민중에 봉사하는 선교비로 사용해야한다.
한국교회는 즉각 신비주의, 보수주의, 교권주의를 지양하고 복음을 생활화해 천국이 교회 안에 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네 째로 한국 교회는 복음화 운동을 전개, 구약의 십계명을 기초로 한 국민윤리를 확립하도록 노력해야한다.
한국기독교는 예수님의 뜻을 따른 생활이념을 확립하고 올바른 인생관 및 가치관을 제시, 삶의 목적과 자세를 가르쳐 민중의 나아갈 길을 명시해 주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건설과 남북통일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국민정신을 확립케 하는 데에도 적극 참여해야한다. 교회의 복음은 3백50만 「이스라엘」민족이 5억의 「아랍」제국을 견제하고 있듯이 한민족도 주변 강대국의 침략을 막으면서 자유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애국정신을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
끝으로 한국교회는 인격을 새로이 형성, 구원받는 개인의 복음화를 선취해야 하겠다. 아울러 정치복음화, 경제복음화, 문화복음화, 사회복음화, 구조 복음화가 병행되도록 노력해야한다.
95%가 기독교 신자인 서구열강이 19세기 약소국가를 침략하고 아편 전쟁 등을 일으킨 사실은 개인의 복음화는 성취됐지만 정치복음화는 실패한 예인 것이다. 「러시아」와 「쿠바」가 기독교 국이면서도 공산화되고만 것은 정치. 경제 복음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교회는 이제 예수님의 심장을 가지고 민중을 진실로 사랑하고 가르치며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 하늘 나라가 임하게 하며 나아가 세계 선교의 주역이 돼야할 것이다.
다시 한번 한국교회의 과감한 자체개혁과 역사적 사명을 강조하면서 전 교회가 입체적 복음화 운동을 과감히 전개해 나갈 것을 제언한다. <고영근 대한 예수교 장로회 전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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