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병전투 적은 특이한 전쟁 인명 최대살상 무기는 안 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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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란」「이라크」전쟁은 포격전과 공중 폭격을 위주로 하고 보병간의 전투는 비교적 적은 특이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자가 「이란」제2의 정유공장이 있는 「타브리즈」를 통과하던 날 그 곳에는 두 차례「이라크」공군기의 공습이 있었다. 첫 번은 「이란」공군의 「팬텀」이 기출격으로 격퇴되고 두번째는 5개의 폭탄을 정유공장에 투하했는데 후에 「타브리즈」방송에 따르면 모두가 불발이었다고 한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테헤란」의 한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개전 첫날 「테헤란」공항에도 5개의 폭탄이 떨어졌는데 그중 2개가 불발이었다는 것이다.
이 수수께끼에 대해 한 소식통은 「레이다」를 피해 「이라크」기가 폭격에는 적합치 않게 너무 저공으로 비행, 폭탄을 투하했기 때문에 뇌관이 미처 땅 쪽으로 기울지 못하고 폭탄이 수평으로 떨어져 뇌관이 땅에 부딪치지 못해 불발됐을지도 모른다는 기발한 설명을 했다. 이런 식으로 이 전쟁은 중동이 갖는 여러 가지 사회·군사적 특수성 때문에 전형적인 전쟁과는 특이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북부지방을 가로질러 24시간 밤낮으로 차로 여행하는 동안에 군용차라고는 「지프」몇 대와 장갑차 1대 뿐 군대이동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은 혁명과정에서 와해된 군의 조직과 지휘계통이 아직 정상화되지 못했음을 나타내는 것 같다.
지금까지 보병은 주로 가두에서 지원명을 모집하는 것과 혁명이후 군 해체과정에서 제대한 장병들을 재 소집하는데 역점이 두어졌다. 그러나 23일에는 의과대학 졸업생, 전기 및 공학전공 졸업생 및 기타 대학의 특수학과 졸업생의 단계적 징집공고가 발표됐다. 차차 군의 기능이 전시체제로 확립되고 있는 것 같다.
쌍방은 무기사용도 선별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쪽은 파괴력이 대단한 소련제 「스쿠드」지대지 「미사일」을 「데즈플」에서 사용했지만 초음속 고성능폭격기 「블라인더」는 12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전쟁터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란」쪽에서는 미국이 다른 우방에는 제공하지 않은 최신형 「틈·캐트」전폭기 77대와 74년에 대량으로 사들인 「네이팜」이 탄을 모두 안 쓰고 있다.
양쪽이 다같이 강력한 무기의 사용을 삼가고 있는 것은 그 정밀성 때문에 사용기술이 없는 경우나 인명살상을 피하려는 정치적 배려가 작용한 것으로 서방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스쿠드·미사일」이나 「네이괌」탄이 후자의 경우인데 이들 무기는 모두 대인용이다. 이것을 사용하면 많은 인명피해가 나기 때문에 상대국 국민의 여론을 참작해 이 무기를 터뜨릴 수 없는 것이다. <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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