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 세습왕조의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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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윌10일부터 14일까지 북한의 평양에서는 북괴 노동당 제6차 당 대회가 열리고 있다.
공산권 일반의 당 대회가 다 그렇듯이 북괴의 당 대회 역시 권력구조와 권력층의 변동을 공식적으로 확정짓는 일종의 마무리 모임 같은 성격을 짙게 풍겨왔다.
지난 70년에 있었던 제5차 당 대회는 이를테면 김일성 1인 체제와 그의 「유일 사상」이란 것을 확립한 친위「쿠데타」적인 대회였다. 이를 계기로 북괴당에는 일체의 김일성 이외의 의견이나 인물이 잠재할 가능성이 뿌리째 뽑혔고 문자 그대로 공산주의를 가탁한 김일성 왕조가 군림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단계에 이르러 이미 북괴의 공식「이데올로기」는 고전적「마르크스·레닌」주의나 소·중공·동구·「베트남」등의 비교적 정통적인 공산주의와도 현격히 동떨어진 해괴한 사이비 구세주로 일탈해가고 있었다. 그것은 한마디로 「스탈린」이나 모택동까지도 일찍이 장담 못한 극단적인 김일성 개인숭배와 그 가계의 신격화로 집약되었다.
이. 고대 비정국가적인 형태는 이번 6차 당 대회를 개기로 해서는 마침내 세습 왕조적인 단계로까지 나아갈 징후를 드러냈다.
김일성의 친자 김정일이 이번 대회에서 당 중앙위사업요강초안작성안의 서열 제2위의 막강한 실력자로 발표되었다는 사실은 바로 그 점을 공식적으로 자인하고 나선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정일은 그 동안 갖가지 풍문 속에 잠적해 있다가 지난 4월 평양을 방문했던 日本의「구노」(구야충치)의원에 의해 북괴당의 비서직에 올라 있음이 확인되었고, 그의 주업무가 사상·조직부문을 담당하는 것이란 점도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었다.
이것을 보면 김정일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른바 「3대혁명 소조」란 그의 직할조직을 통할하면서 당권 세습 자로써의 장기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하고 있었음이 확실한 듯하다.
친부에 의해 철저히「순수배양」된 김정일의 후계체제는 어린이 공상만화에 흔히 나오는 일종의 「로보트」군단 같은 학단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외부세계에 대한 철저한 배타적 사고와 감정으로 세뇌 받은 40대 초와 30대 주축으로, 김정일의 「3대혁명소조 출신들은 앞으로 한국과 제 3세계 일부의 과격한 적화를 끊임없이 망상하는 국토의 호전적 집단이 될 염려가 없지 않다.
북괴가 이번 당 대회에 특히 「아프리카」출신 과격단체들을 다수 조치한 것도 무언가 김일성-김정일 체제가 제 3세계 군소 최 과격분파들의 분단장 비슷한 것이 되려고 꿈꾸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갖게도 한다.
이것은 김일성이 이번에 남북연방제와 함께 비동맹중립국회를 운운하며 자신이 마치 제3세계 인물인양 분식한 것과 연관하여 볼 때, 북괴의 교설이 소련이나 중공의 대외이익과도 반드시 일치하는 것만은 아닌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 점에서 서방측 외부 세계는 북괴의 위장 평화공세를 엄중히 경계해야 할 것임은 물론, 소·중공도 그 자체의 전통적인 「마르크스」이론에 비추어 북괴의 「사회봉건주의」가 과연 그대로 용납될 수 있는 것인가를 철저히 공개해서 비관해야 마땅하리라 본다.
그렇지 않고 이를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갈 경우 북괴의 교설과 행위는 앞으로 소·중공의 국가이익이나「이데올로기」에도 적잖은 골칫거리요 공동 망신거리로 작용할 것임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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