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정하면 공무원 다쳐"…우면산 보고서 조작?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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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년 전 서울 시내에서 산사태로 토사가 쏟아져내리면서 서울 우면동 주민 16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형 사고 기억하실 겁니다. 2011년 여름에 있었던 우면산 산사태인데요. 서울시는 3년에 걸친 조사 끝에 지난 3월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보고서가 인재가 아니라 천재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강수량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JTBC 취재 결과, 서울시가 보고서 내용을 조작했거나 최소한 알고도 묵인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손용석 기자의 단독 보도부터 보시겠습니다.

[기자]

지난 3월 13일 서울시가 발표한, 우면산 산사태 최종 보고서.

500여 쪽에 달하는 보고서의 핵심은 산사태가 120년만의 집중 강우가 만든 '천재'라는 데 무게를 둡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이 보고서가 조작된 것을 보여주는 정황이 나타났습니다.

보고서가 나오기 한달 전인 지난 2월, 서울시 실무 책임자와 우면산 사고 유족들이 만납니다.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120년만의 집중 호우가 아니었다고 지적합니다.

[산사태 피해자 유족 : 강우빈도가 120년 빈도가 아니라 대부분이 20년 내의 빈도였음에 비추어볼 때 집중호우가 차지하는 영향은 토목학회 평가보다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근데 120년 빈도 손도 못 댄다 한니까.]

[서울시 관계자 : (수정하면) 형사처벌이 검토가 될 수도 있고 최소한 징계를 받는다.공무원들이. 그러면 제가 제 부하직원들한테 너 징계 먹을지도 이렇게는 못하거든요.]

120년만의 천재라는 내용을 고치면 당시 담당 공무원들이 처벌받을 수 있어 못한다는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 : 해야 할 일들을 안 한 사람이 징계를 받는 건 맞는 건데, 일을 수습하는 사람들이 이런 (수정) 문구를 집어넣으면 이 사람들이 다치는 거거든요.]

결국 3월 보고서에선 120년 문구 수정없이 공청회 자료들만 첨부돼 발표됐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담당 간부는 "120년만의 집중호우라는 내용은 토목학회가 내놓은 의견"이라면서 "유족들이 강우량과 관련해 주관적인 견해를 보고서에 넣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안된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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