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와 중동 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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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매일매일 쏟아지는 엄청난 분량의 정보를 어떻게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만족스럽게 전달할 것인가. 편집자가 문지기란 뜻의「게이트·키퍼」(Gate Keeper)로 불리는 것은「뉴스」매체들이 기사의 경간을 가리고 객관성을 유지하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상징하고있다. 세계의 초청을 모으고있는「이란」「이라크」전쟁에 대한국내외의 엇갈리는 보도를 보노라면 그 역할의 어려움을 새삼 음미케 된다.
우선 현지에 취재기자를 보내지 못하고있는 한국언론(「이란」은 전쟁발발 후 한국기자에게「비자」를 발급하지 않고 있으며「이라크」와는 수교가 없다)으로서는 모든 정보를「외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외신을 국내통신사가 추려내 원문의 뜻에 가장 가깝게 번역, 가재계약을 맺은 보도매체에「판매」한다.
최근 이런 과정을 거친 통신기사를 보노라면 여러 발신지의 외신을 한꺼번에 묶어 종합한 것이 많이 눈에 띈다. 특히 전황과 정세를 「종합」한 기사에『국제 전 기미 고조』,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있다』는 등의 자극적인 표현이 자주 들어간다.
문제는 이러한 표현을 쓰며 종합하는 기사가 그 근거가 된 원기사의 뜻과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있다. 전쟁보도에는 추측, 미확인보도가 쏟아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전쟁당사자가 발표하는 전황보도는 일방적이고 다분히 과장된 선전용인데다 심리전용으로 엉터리 발표를 하거나 「조작정보」를 퍼뜨리는 경우가 많다.
엇갈리는「이란」-「이라크」의 전황보도라던가「이라크」의 「호메이니」사망보도 등은 그러한 예이다. 미확인보도의 예로는「쿠웨이트」의 병력수송용「헬리콥터」와 차량 제공설, 「이스라엘」기의「이라크」핵 연구소 폭격 설 등이다.
「이란」「이라크」전을 전하는 외신들은 각기 이러한「뉴스」를 보도할 때 별도의 독립기사로 보도한다. 그러한 외신들이「종합」되는 과정에서『「이란」-「이라크」전쟁은「아랍」권을 완전히 양분시킨 가운데「이스라엘」의 대「이라크」극비 공습 설이 전해지고 미·소도 확전 가능성을 우려, 긴장상태에 돌입함으로써 국제적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식으로 과장되고 있다.
이처럼「센세이셔널」한 보도가 주류를 이루다 보면 또 다른 측면의 사실, 이를테면 이 전쟁에 대한 평가라든가 중재노력이 작게 평가되는 경향이 따른다.
『대전위기 기미』라는 표제로 전황이 보도되던 같은 날『확전 위험 줄어들었다』「머스키」미 국무장관의 발언이 보도매체에서 비중 낮게 다루어진 것은 그중은 예이다. 냉정해야할「게이트·키퍼」의 어려움을 다시 되새겨본다. <김동수 외신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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