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없는「증자합의」막내린 IMF·세은 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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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 UN총회라고 불리는 IMF(국제통화기금)IBRD(세계은행)의 제35차 합동총회가 3일 폐막되었다.
제2차「오일·쇼크」로 시작된 세계경기의 급속한 침체와 한계를 드러내고있는 국제금융질서의 혼돈 속에 어느 때보다도 각국의 이목이 집중된 총회였다.
특히 계속적인 외자도입이 필요한 한국으로서는 국제경제사회의 신인을 가늠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했다.
주된「이슈」에서 비산유 개도국들의 부채격증에 따른 국제수지 악화문제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에 따른 몇 가지 기본적인 형태가 이번 총회의 성과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 개도국들에 대한 융자한도를 늘리기 위해 세은의 자본금을 지금의4백억「달러」에서 8백억「달러」로 배증 시키는데 합의하고 IMF의 융자한도도 3년간 6백%까지 늘려 현재의 3배 가까이 까지 확대시키도록 의견을 모았다.
또 2백50억「달려」규모의「에너지」개발기금을 세은부설로 창설해 기름을 많이 수입해서 적자가 심한 나라에 융자혜택을 늘려주기로 했다.
개도국들의 근본적인「에너지」대책을 유도하기 위해 경제구조 조정차관을 적극 활용키로 하고 식량부족국가들에 대해 중·장기 식량차관을 제공하는 문제도 진지하게 검토되었다.
우리나라와 같은 비산유 개도국들이 간절히 기대했던 고무적인 합의사항들이다. 그러나 이번 총회 역시 필요한 재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완전한 합의를 보지 못했다.
대체적인 재원조달의 방향은「오일·달러」를 빌어다가 개도국들에 꾸어주겠다는 것인데 이의 실시엔 상당한 난관이 있을 것이다.
세계의 돈이 중동석유로 쏠리고 이 돈들이 국제금융질서를 결정적으로 일그러뜨리고 있는 마당에「오일·달러」의 재환 류 문제는 구태여 개도국 금융지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선진국들 자신의 발등의 불인 것이다.
더구나 이번 총회 역시 PLO의 참석여부를 둘러싸고 미국 측과「아랍」측이 팽팽히 맞섬에 따라「오일·달러」환류를 통한 재원조달방법은 더 곤란을 받게 되었다.
내년부터 3년 동안에 걸쳐 6억「달러」의 구조조정차관을 따낸 우리나라는 한국경제의 장래에 대한 신인회복이라는 차원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총회에 참석한 국제금융계인사들도 대부분 한국경제의 장래가 낙관적이라는데 동의하고 그러나『중화학공업의 조경 등 산업합리화시책이 조화 있게 추진되어야할 것』이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나타냈다.
「맥나마라」세은 총재는 총재로서의 마지막 연설을 통해 개도국들에 대한 지원을 강력히 호소하면서도『무작정 지원해줄 수는 없다』고 한계를 향후2년으로 못박은 점도 매우 시사적이다.
주거래 은행장으로서 구제금융의 시한을 밝혔다고 할까. 【워싱턴=이제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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