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몸 마사지하며 눈빛으로 사랑 나누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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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마사지 수업에 참가한 아빠들이 아기 몸에 오일을 발라주고 있다. 사진=채원상 기자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한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육아에 관심을 갖는 아빠가 늘고 있다. 이런 아빠들을 위해 천안시직장맘지원센터가 매주 아빠교실을 무료로 운영 중이다. 육아에 무관심했던 아빠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초보 아빠들이 참여하고 있는 주말 아빠교실을 찾았다.

“남편 여러분, 연애할 때 아내한테 하트 많이 그려줬잖아요. 이젠 아기 배 위에 하트 모양을 그리는 거예요. 오일을 꺼내 아기 배를 감싸듯이 해서 발라 주세요. 그다음엔 양손 끝을 모아 쭉 내려 주세요. 이번엔 같이 노래를 부를게요. 사랑해요 아빠가 아기를 사랑해요~.”

 지난 2일 천안시 청당동 백석문화센터의 한 강의실에서 저음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토요일 오전 30대 아빠 12명이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아빠들은 서툰 손길로 아기 배를 어루만지며 ‘베이비 마사지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빠의 거친 손길에 놀라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가 있는가 하면, 배시시 웃는 아기도 있다.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는 아빠와 아기의 모습에 흐뭇해하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기와 놀아주는 아빠 모습이 마냥 좋은 모양이다.

 베이비 마사지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 옆에선 모유 수유 수업이 열렸다. 모유 수유 수업이라 해서 여성만 있을 거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부인과 함께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듣는 남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매주 부부 20쌍이 참여하는 모유 수유 수업은 베이비 마사지와 함께 진행되는 주말 아빠교실 프로그램이다.

아이 키우는 아내 마음 이해돼

박준모(33)씨는 집에서 혼자 아이를 돌보는 부인을 위해 처음 아빠교실에 참여했다.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아빠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 박씨는 평소 육아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남자들끼리 육아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아니어서 아기 키우기가 어렵게만 느껴졌다. 육아에 관심을 가져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맨 적도 많았다.

 그런 박씨가 선택한 건 주말 아빠교실이었다. 전문적인 육아법을 배울 수 있고 또래 아빠가 많아 수업을 편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가 참여한 베이비 마사지는 아빠교실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다. 한번 수업을 듣고 나면 집에서도 틈틈이 쉽게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아빠교실에 참여하면서 아이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아빠교실뿐 아니라 출산교실에도 꾸준히 참여한 노성구(36)씨는 부인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됐단다. “퇴근 시간이 되면 아내한테 전화가 와요. 아내가 언제 집에 오냐고 물어보거든요. 그 말을 들으면 아내가 많이 힘들어하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집에서 혼자 아이를 보면 힘드니까요. 예전엔 몰랐는데 출산교실과 아빠교실에 참여하다 보니 아내 입장을 이해하게 된 거죠.”

 실제로 노씨의 부인 고문향(33)씨는 산후 우울증으로 육아휴직을 했다. 직장에 다닐 땐 주말마다 산전 요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센터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듣고 난 후 집안일과 육아를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남편의 모습에 고씨는 고마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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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육아하면 행복 두 배

육아에 관심을 갖는 아빠가 많아지면서 아빠교실도 더불어 인기를 얻고 있다. 2012년 5월 개소한 천안시직장맘지원센터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아빠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142명의 아빠가 참여했다. 아빠교실뿐 아니라 부인과 함께 임신·출산·육아교실에 참여하는 남편도 많다.

 아빠교실에서 모유 수유 강의를 진행하는 박미숙씨는 “직장에 다니는 엄마의 경우엔 직장과 가정 두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서로의 역할을 잘 이해하며 배려할 수 있고, 가정의 행복도 두 배가 된다”고 말했다.

 천안시직장맘지원센터의 모든 프로그램은 천안시 여성가족과 저출산대책팀, 천안새마을금고, 백석문화대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진행된다. 센터엔 아이 연령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20여 가지 준비돼 있다. 임신·출산·육아교실 프로그램 참여와 더불어 직장에 다니는 엄마의 고충 상담, 부부 집단상담도 가능하다. 문의 041-904-3553~4

이은희 인턴기자 eunhee9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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