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적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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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즘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일본의 과수권위자는 흥미있는 얘기를 전해주고 있다. 한국은 포도·복숭아·사과의 적지라는 것이다.
우선 기후여건에서 여름철의 일교차가 심해 과수에는 제격이라고 했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많으면 과일의 맛도 좋고, 색깔도 아름다우며 익는 시간(숙기) 도 단축된다.
물론 일교차가 크면 수목들이 심한 변화를 견디어 낼만큼 강해야 한다. 동해를 입기 쉬운 것이다.
새삼 한가지 흥미 있는 사실은 일인 학자들의 안목이랄까, 연구수준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과수원들은 많은 경우가 벌써 오래전에 적지로 지점된 곳에 한정되어 있다. 지금이라도 품종의 개량과 풍토의 진단만 적절히 할 수 있다면 과수단지는 더 확산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나라에 과일이 풍성하면 우선 그 나라 사람들의 마음에도 한결 향기가 깃들일 것 같다. 「프랑스」사람들이 정서가 풍부하고 서정적인 것도 훅시 포도주의 영향이 아닌지 모르겠다. 생수가 귀한 탓도 있지만 좋은 포도주를 마실 수 있는 풍토를 가진 것은 그것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우리도 포도가 귀하지 않은 나라다. 품종도 대여섯가지나 된다. 요즘은 국산포도로 포도주까지 담글 수 있게 되었다. 수익성으로 보아도 벼농사의 6배나 된다. 단보당 28만원을 넘는다.
포도의 품종은 나라마다 그 기후풍토에 따라 가짓수가 다르다.「프랑스」같은 나라는 무려 1백종이나 된다. 미국도 30조을 넘는다. 우리나라도 국토의 모양으로나 기후의 「리듬」 으로 보아 품종개량의 서지는 많을 것 같다.
더구나 포도는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과일이다. 모든 과일이 다 그렇긴 하지만 포도의 경우는 해독작용을 하는 성분까지 갖고 있다. 공해를 이기게 하는 과일이랄까.
게다가 품종마저 다양해 맛도 각양각색이다. 미묘하고 섬세한 향기는 심신을 흐뭇하게 해준다. 사향(치향)의 향기를 갖고있는「마스카트」종도 있다. 건포도과 같은 방식으로 오랜 저장마저 가능해 포도는 계절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인류가 포도를 먹기 시작한 것은 5천년도 넘는 것 같다. 기원전 3천년의 「이집트」 「피라미드」 에 벌써 포도주를 담그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아시아」엔 한무제(기원전159∼87)때 서역에 파견되었던 사람에 의해 이식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좋은 기후를 갖고 있으면서도 과일의 종류나 품종이 한정되어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다. 학자들의 연구가 더욱 깊어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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