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독재의 북괴희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괴는 노동당주석제의 신설을 골자로 하는 당 규약개정요강을 마련, 오는 10월에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현재 당 총비서인 김일성을 당 주석으로 추대하고 당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갖는 당 총비서직은 김정일에게 넘겨 줄 것이라고 통일일보가 보도했다한다.
동경에서 발행되는 이 교포신문에 따르면 당 주석으로 추대되면 김일성은 비동맹운동·세계혁명운동 등 외교활동과 노동문제에만 전념하고 당의실무는 모두 김정일에게 일임하게되고 어쩌면 당과 정부의 실권을 함께 쥐기 위해 총리직도 겸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이 당 총비서가 되어 당의 실권자로 부상한다는 것은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세습독재체제가 마침내 실연단계에 접어들게 됨을 의미한다.
통일일보의 보도가 아니더라도 북괴가 김정일을 기일성의 후계자로 옹립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은 비록 공식적으로 확인은 안되었지만 이미 천하공지의 사실이나 다름없다.
73년 9윌 노동당 제5기 7차 전원회의에서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일은 직장 및 생산단위마다 젊은 사람들로 3대혁명소조를 만들어 「사상혁명인」「기술혁명」 「문화혁명」인 등을 강력히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 졌었다.
한때 김정일이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그를 지칭하던「당 중앙」「지도자동지」라는 표현이 자취를 감추자 식물 인간설 등 갖가지 추측이 나돌았지만 결국 내외의 비난을 의식한 전술상의 후퇴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지난6월 서산 앞 바다에서 생포된 무장간첩선 선장의 수첩에 김일성 부자의 사진이 나란히 실려있고 이들에 대한충성을 다짐하는 글귀가 적혀있었다는 것은 김정일이 73년 때 보다 훨씬 높은 품격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뚜렷한 물증이었던 셈이다.
올해 69세의 김일성이 노리는 것은「티토」사후의 비 동맹세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인 것으로 보인다. 국가주석 겸 당 주석이란 강력한 「이미지」를 통해 주도권을 잡음으로써 그의 대남 혁명전략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얻으려는 속셈이며, 그러자면 대내적인 기반을 다지기 위해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줄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최근 북한선전기관은 계속해서 김일성과 김정일이 인간적 존재로서는 두 사람이지만 정치사상이나 권력체제상으로는 완전히 일체화된 유일인 이라고 떠들고 있다한다.
요컨대 그들이 내세우는「김일성 사상」의 구습을 위해서는 그와 몸 가까이 있는 김정일이 다음번 「수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론적으로 무어라 분칠을 하던 30여 년에 걸친 장기사정을 감추고 김일성의 사후격하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을 후계자로 옹립하는 과점에서 국제적으로는 물론 대내적으로도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으리란 것은 상상하기 어렵진 않다.
아무리 북한이 김일성에 대한 무조건 충성만을 강요해온 철저한 폐쇄사회고 김정일 옹립을 위해 7년여나 물샐 틈 없이 공을 들였다해도 정각 이를 실현하려면 내부적 반발이 있을 가능성은 높다.
특히 김일성과 김정일 사이에 끼어있는 40세 후반과 50대는 오늘날 북한의 정치권력에서 핵심적 역할을 말고있는 만큼 이들을 포용하는 것이 큰 난제가 될 것이다.
북괴가 김정일에 대한 비판, 김정일에 아부하지 않는 자들을 거세하기 위해 해·군·정부기관 등에 매우 엄격한 사상점검을 시작했다는 예측도 이들 중문세대의 반발 가능성 때문임은 물론이다.
어쨌든 독제군주 시대에나 었었을 세기적인 희화는 곧 사실화될 모양이다.
우리로서는 이 시대착오적인 권력 세습 극의 와중에서 혹시 저들이 대남 침략을 저지를지 예의 주지해야 할 것이며, 특허 비동맹외교를 통한 침남 적화책동에 대해서도 만반의 대응책을 미리미리 강구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