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도 벌고 인생도 배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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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학생들 사이에 이색「아르바이트」가 늘어나고 있다. 「아르바이트」하면 으례 가정교사나 여학생의 경우 백화점점원을 꼽는것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학생으로서 품위만 크게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찾아 나선다. 냉면집에서 빈그릇을 나르기도하고 「와이셔츠」 마춤집에서 칫수재기를 하는가하면 미술대학생들은 전공을 살려 경양식집의 유리창에 장식용 그림을 그려주기도 한다. 특히 여자대학생들 가운데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전시장에서 손님을 안내하기도하고 구두점에서 구두밑창을 갈아끼우는 맹렬여학생까지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용돈도 마련하고 인생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진지한 표정들이다. 이들을 고용한 업주들도 『여느 종업원들에게서는 찾기 어려운 신선한 「서비스」정신과 여유 있는 품위를 보여 손님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환영했다.

<음식나르기>
서울중구서소문동에 있는 냉면집 「K면옥」(주인 김진형·여·49)은 을여름들어 종업원들의 일손이 달리게되자 여자대학생 3명과 남자대학생 3명을 시간제 종업원으로 고용했다.
고객이 몰리는 한 여름철을맞아 매일 정오부터 하오2시까지 가장 바쁜 시간에 냉면을 나르고 이 댓가로 3만원을 받은 김아영양(21·K대 미술교육학과3년)은 『처음에는 낯모르는 손님들에게 냉면을 나르자니 쑥스러웠으나 손님들이 「아르바이트」 학생인 것을 알고는 친절히 격려해주었다』며 『용돈보다도 짧은 시일에 직접 사회에 접할수있는 좋은 경험인 것 같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업주 김씨는 『제대로 해낼까 의심스러웠으나 손님들이 신선한 「서비스」를 반겨 좋은 효과를 얻었다』며 『앞으로 모든 종업원을 「아르바이트」대학생들로 바꿔 시간제로 근무시키는 방법도 구상하고있다』고 했다.

<실내장식>
S대 생활미술과 4년 김향실양(22) 은 지난 6월27일부더 같은과 학생3명과 새로 개업하는 서울명동 N경양식집의 실내장식 가운데 양쪽벽면의 유리채색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김양은 『학교에서 배운것을 직접 확인해가는 과정에서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김양은 하루에 가로·세로 33센티미터의 유리 10장을 채색, 「디자인」하고 1만원씩을 받고있다.
주인 김씨(29) 는 『전문가보다는 좀 서툰감도 없지않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산뜻한 감각을 느낄수있어 「아마추어」들의 손질로 가게안을 꾸미기로했다』고 털어놓았다.

<구두수선공>
여학생으로선 특이한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는 이재경양(20·S대경영과2년) 은 『남자구두창까지 갈자니 처음에는 너무 역겹고 힘들어 후회했지만 「여자는 곤란하다」는 편견을 스스로 벗어보겠다는 심정으로 계속하다보니 이제는 정까지 든다』며 웃었다.
이양은 친척아저씨의 소개로 명동K구두 「살롱」에서 구두밑창가는 일을 하고있는데 『기술을 익히는 자부심도 갖는다』고 했다.

<전시회 안내>
H대1년 한미경양(19) 은 지난6월5일∼25일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렸던 자당 한명성도예작품전시회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전시장을 찾는 손님을 안내해준후 6만원을 별수있었다.
한양은 『다리는 아팠지만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고보니 보람있었다』며 『생전 처음으로 내 스스로 여름「바캉스」 비용을 마련한 셈』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빈대떡집 종업원>
영화배우 김보애씨가 지난 6월12일서 한남동에 개업한 순한국식 M주점에는 종업원 8명가운데 여대생3명이 「아르바이트」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여학생들은 하늘색 「에이프런」을 입고 가슴에는 「아르바이트」라고 쓰인「플래스틱」명찰을 달고있다.
개업후 계속 일해온 김모양(21·H대미술과2년)은 『생전 처음 술병과 안주시중을 들다보니 부끄럽기도하고 다리도 아팠으나 손님듈이 잘 이해해줘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하고 과외공부선생보다는 눈치보이지 않고 골치아프지 않아 좋다고 했다.
여학생들은 매일 하오5시반부터 10시반까지 일하고 일당 4천원씩을 받고있다.

<「와이셔츠」마춤집>
S백화점마춤「코너」에서 일하고 있는 김데례사양(19·한성대 의장학과1년)은 『부모도 적극 권해 일하게됐다』며 『스스로 돈버는 일이 얼마나 힘든즐 알게됐다』고 했다.
김양은 하루 6시간 근무하고 2천5백원씩을 받는다.
이밖에도 대학생들 가운데는 2∼3명이 돈을 모아 낡은 「리어카」를 사 포장마차를 운영하는등 공백기간을 보람있게 보내는 사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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