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체제로 동서와 등거리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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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5월 「티토」가 사망한 이후 「유고」는 집단지도체제를 순조롭게 유지해 오고 있다. 집단대통령제에 의해 「미야토비치」(65)가 새대통령에 취임했으나 그의 임기는1년으로 한정돼 있고 각 지방별로 안배된 8명의 연방간부회의 구성원 중 1명씩 순번에 따라 대통령직을 맡게 돼있다.
이같은 「시스템」은 이미「티토」가 죽기 10년 전에 마련해 놓은 체제이기 때문에 「티토」가 없다고 해서 당장「유고」의 앞날에 불안이 올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카터」대통령을 수행했던 미고위관리들의 분석이다.
「프스트·티토」시대가 비교적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유고」인들은 동서양 진영과 비슷한 거리를 두면서 그들이 여전히 제3세계의 「리더」이며 「유고」의 안정은 「유럽」파 세계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요소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유고」 외무성의 한 관리는「유고」의 「전인민방위군」체제를 자랑하면서 3백만의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고」는 총GNP 7백억「달러」의 6%를 국방비에 사용하고 있다.
「베오그라드」 주재 서방측 외교관들은 「유고」가 잡다한 소수민족으로 구성됐다는 사실이 오히려 국민들의 단결을 이루는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면서 최근 소련의「아프가니스탄」 침공사건도 「유고」인들의 단결력에 도움이 되고있다고 했다.
이 같은 정치·군사적 측면이외에도 국제사의에서의「유고」의 입장을 강화시켜 주는 또 다른 큰 요인은「유고」의 확고한 경제구조인 듯 싶다.
「유고」는 IMF·세계은행·GATT 등 국제금융기관의 정식회원국이고 OECD의 「업저버」국이기도 하다.
자원과 기술인력풍부
기자들이 묵었던 「인터콘티넨틀·호텔」에서는 작년 8월 IMF세계총회가 열릴 정도로 「유고」 경제는 서방경제와의 교류가 상당히 개방되어 있다.
연간 2백억 「달러」에 이르는「유고」의 대외무역량 중 50%이상이 서방국가와의 교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서방측 은행 및 서방경제단체와의 교류도 자못 활발하다.
따라서「유고」는 공산국가답지 않게 경제구조가 건실하고 자원과 기술인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앞으로 서방측과의 경제교류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석유파동으로 경제적 곤경에 빠져있는 대도「유고」는 연평균 7∼8%의 착실한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카터」대통령의 방문에 즈음해서 「유고」의 시사「뉴tm」잡지 「닌」지가 『「티토」는 불행하게도 「카터」를 환영하지 못하고 있으나「티토의 업적」들은「카터」를 환영하고있다』고 대서 특필한 것은 향후 「유고」의 향방을 가름하는 척도로 보였다.
「카터」가 도착·제1성을 통해서 『미국은 「유고」의 독립과 비동맹정책을 계속 지지한다』고 선언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간파한 발언으로 볼수 있다.
즉 「카터」는 「유고」가 지구상의 모든 대소국·동서진영·남북국가들과 등거리 외교를 추구하는 기본정책을 미국이 지지하는 동시에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러한「유고」가 앞으로 동서긴강 완화에 큰 기여를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동시에 표명한 것이다.
미국내에선 기회만 있으면 소련을 비난하던 「카터」가 「유고」에 와서 미소간의「데탕트」 가능성을 비춘 것은 분명히「티토」 없는 「유고」가 여전히 동서진영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유고」인들 자신도 이러한 그들의 역할에 큰「프라이드」를 느끼는 듯 했다.
「유고」는 그동안 소련의 지원을 받은「베트남」군의 「캄보디아」 침공을 규탄했으며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개입을 비난하고「쿠바」나 「베트남」 같은 비동맹국가가 친소노선으로 기우는데 대해 경멸을 표시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카터」가 「티토」 사후 처음으로「유고」를 공식 방문한 것은 미 「유고」 관계개선의 「콜라이맥스」를 이루는 계기가 됐다.
확실히 「유고」는 동서진영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름대로의 생존책을 추구하고 있었다.
지금은 비록 퇴색했지만 작년「카터」대통령의 한국방문 때 한미양국정부가 공동 제안한 남북한과 미국간의 3당국 회의중재 역할을 「인도네시아」로부터 「유고」로 옮겨가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유고」의 독특한 역할을 말해준다.
연평균 8%의 성장
이러한 「유고」인들의 「프라이드」 때문인지 기자가 만난「유고」주재 서방측 외교관들은『「티토」가 해오던 비동맹세력의「리더」 역할을 북한의 김일성이나 「쿠바」의 「카스트로」가 이어 받으려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티트」라는 거목은 없어졌으나 「유고」는 여전히「티토」의 그늘에서 「티토」가 만들어놓은 절묘한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 같다.
이 같은「유고」인들의 생존체제를 어느 강대국이 깨려든다면 다른 강대국의 개입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유고」는 여전히 동서강대진영간의 긴장을 완화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티토」는 사라졌으나 「유고」는 여전히 「티트이즘」으로 살아가고 있다.

<끝>
【베오그라드=김건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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