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의 산성 단양서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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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충북 단양지역에서 고구려 성으로 추정되는 삼국시대 산성이 발견돼 남한지역의 고구려유적지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됐다.
단국대 학술조사단(단장정영호)은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단양지구를 답사한 결과 단양군 적성면 성곡리 뒷산에서 성터를 발견하고 이를 문헌상에 나오는 가은암산성으로 추정했다. 조사단은 또 이성 북쪽 성곽 바로 밑에서 전투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석전용 돌무더기를 2곳 확인하고 신라평전 및 고려기왓장을 다수 수습했다.
돌무더기는 가로 6.5m, 세로 3.3m의 규모로 산중에서 보기 힘든 반들반들한 냇가돌(천석)이 쌓여 이뤄졌다.
돌의 크기는 큰 것은 23*21cm, 작은 것은 18*8cm로 타원형.
이성은 길이3km의 주성하나에 북문 지와 남문 지를 갖추고 있는 전형적인 삼국시대 산성의 형태를 띠고 있다.
문루가 없이 폭4m정도의 출입문이 나있는 이 같은 성은 음성 망이 산과 월성 궁산 산성에서도 볼 수 있다.
축성 법으로 봐도 절벽 등 지세를 이용하여 밖은 높게 돌을 쌓고 안은 토석을 다져 사람과 말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든 삼국시대 석성 이다.
정영호 박사에 따르면 이곳이 4,5세기께 까지 고구려영토(적성현)였으며 한강을 사이에 두고 지난 78년 진흥왕비가 발견된 신라 적성산성에 비스듬히 대치해 있는 데다 마을이름이「성곡리」라는데 주목, 이 일대를 조사하여 결국 성터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성에 대한 문헌기록은「동국여지승람] 단양군 조에『석축의 길이는 3천18척이며 지금은 모두 무너졌으나 안에 샘이 있고 깊다. 고려 말 제천·정풍군의 사람들이 왜구를 피해 이곳에 숨었다』고 가등암산성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발견된 중원고구려비에서 동쪽으로 40여km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이성은 남쪽을 바라보게 돼있고 신라적성산성과 엇갈려 마주 볼 수 있는 곳에 있어 6세기께(진흥왕 때) 신라군에 밀려 퇴각한 고구려군 이 이성에 진을 치고 신라군과 대치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고구려유적이 남한지역에서 하나 둘 발견됨에 따라 고구려 연구가 다시 활발해 질 것에 기대를 크게 걸고 있다. 남한 지역에서의 고구려 연구는 앞으로 예상되는 북한과의 공동 연구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도 뜻 깊다고 관계학자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조사단은 19일 발견 후 1년이 지난 중원고구려비를 국보로 지정 보존하는 등 영구적이고 바람직한 보존 조치를 해줄 것 등을 바라는 건의서를 문화재 관리국에 냈다.
이 건의서에 따르면 조사단은 국보지정 외에도 원위치에 보호 각을 세우고 보존함과 동시에 주변을 정화 해줄 것, 원위치 주변 3백 평을 확보해 발굴조사를 진행토록 하여 지하유구의 유무상황을 파악하도록 하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 등을 건의했다.
이와 함께 비문의 탁본 등은 일체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방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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