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DH, 세포 나이 거꾸로 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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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HD는 세포를 손상시키는 독성물질을 분해해 노화를 방지한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노화가 있다. 신경·혈관의 노화다. 피부 변화와 달리 몸속에서 일어나므로 의식하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정작 눈에 보이지 않는 노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화의 메커니즘을 알면 진정한 안티에이징에 대한 답이 보인다.

의학적으로 노화의 개념이 잡힌 것은 1950년대다. 미국의 내과의사 덴햄 하먼(Denham Harman)이 1956년 노인의학저널에 활성산소 이론을 내놓으면서다. 활성산소가 노화의 주 원인이라는 개념이 적립된 것도 이때부터다.

지금까지 알려진 노화 메커니즘은 이렇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산화 스트레스가 활성산소를 만들고, 이 활성산소가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막을 손상시킨다. 그러면 활성 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을 만들고, 세포 내에 축적시킨다. 활성 알데히드는 다시 세포 핵 속 DNA를 손상시키고, 세포 속 중요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 기능을 상실시킨다.

노화, 알고 보면 세포 기능 상실
이 과정이 신경세포에서 일어나면 신경전달물질을 통한 신호 전달이나 저장에 문제가 생기고, 혈관내피세포라면 혈관의 수축과 이완, 혈액 항응고 등에 문제를 일으킨다.

이러한 몸속 노화는 어떻게 늦출까. 우선 활성산소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항산화제가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세포 손상에 대한 방어체계다. 한양대 구리병원 강보승 교수는 "이렇게 되면 외부의 산화 스트레스와 이에 따른 독성 알데히드가 축적되더라도 이를 방어할 수 있다”며 "내부의 힘을 키워 세포 기능 상실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성 알데히드에 대한 방어체계는 생명체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다. 세포 속 또 하나의 세포인 미토콘드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알데히드 분해효소, ‘ALDH(Aldehyde Dehydrogenase)’다. ALDH는 최근 숙취 원인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효소로 알려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물질이다. ALDH가 세포를 손상시키는 독성 물질인 알데히드 계열 물질을 분해해 결국 숙취 해소뿐 아니라 노화 방지까지 관여한다는 것이다. 결국 독성 알데히드를 디톡스하는 것이 노화 방지의 핵심인 셈이다.

강 교수는 “미토콘드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효소인 ALDH에 의한 독성 알데히드의 기능 약화가 노화를 지연시키는 열쇠”라며 “최근 진행되는 연구들은 미토콘드리아의 ALDH를 활성화시키면 최소 어느 정도 노화 속도를 줄일 수 있다는 데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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