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만들어 못 팔던 시대는 지났다"|긴축 속의 기업…무엇이 고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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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8년만 해도 우리 나라 기업들은 어떻게 물건을 많이, 빨리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 큰 관심거리였고 파는 덴 별 신경을 안 썼다.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의 호경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 올해 우리 나라 기업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어떻게 물건을 팔 것인가 하는 것과 기업자금난을 어떻게 메워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최근 대한상의가 전국의 광공업체 1천5백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기업경영 애로요인』 에 따르면 못 만들어 걱정이 안 팔려 고민으로 바뀐 것을 잘 나타내고있다.
즉 기업의 애로요인이 78년에는 생산-재무-인사-판매 순이었던 것이 79년에는 재무-판매-생산-인사로, 80년에는 다시 판매-재무-생산-인사 순으로 바뀌었다.
기업들이 판매와 재무부문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긴축정책에 따른 자금난과 전반적인 소비「무드」의 침체 때문이다.
그러나 침체 때문이 79년 중 내수판매에 있어서의 난점은 수요감퇴(25.5%)가 주원인이지만 「디자인」등 제품정책실패(21.3%), 경쟁격화(18.8%) 등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그 돌파구가 아주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판매부진과 자금난이 계속됨에 따라 기업의 재무구조도 나빠졌다.
즉 기업의 자기자본비율(표준비율 50%이상)이 79년 말 현재 50%를 넘는 기업은 조사대상 업체의 25.7%밖에 되지 않은 반면 10% 이하가 전체의 9.0%나 된다. 불경기 때문에 기업들이 자본잠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규모별로는 자기자본비율이 51%이상인 업체는 대기업이 18.8%인데 비해 중소기업은30.2%를 차지하고 있어 대기업이 오히려 속이 비어있다.
남의 돈을 많이 빌어 쓰면 자연히 이자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이 조사에 총이자 부담률이 79년 말 현재 10∼14.9%인 업체가 가장 많고(21.9%) 20%이상인 업체도 6.3%나 된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인사부문이 경영애로 중 가장 낮은 비중(14.2%)을 점하고 있는 것은 이미 부분적으로 현재화하기 시작한 노사문제가 아직은 심각히 인식되고 있지 않음을 나타내고있다.
다시 말하면 경영자들이 앞으로 활성화될 노조활동 등 노사문제의 심각성에 둔감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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