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TG 허재, 마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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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TG가 동양을 누르고 우승한 13일 대구체육관의 TG 응원석에는 '허재님 한 시즌만 더'라는 플래카드가 자주 눈에 띄었다. 이 플래카드는 38세의 나이로 불 같은 투혼을 발휘해 TG의 첫 우승을 일궈낸 허재의 은퇴가 임박했다는 사인이자 팬들의 아쉬움을 대변한다.

허재는 은퇴하는가. 우승 인터뷰에서 허재는 "구단과 상의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고, 구단에서는 "본인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허재는 13일 우승 파티가 끝난 후 축하하러 온 선배에게 "구단에서 나를 은퇴시킨다고 하더냐"고 물었다. 이 말은 구단 고위층을 이루고 있는 용산고 출신 선배들이 허재의 거취와 관련해 전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리고 "아직 이르다"는 의견과 "지금이 적기"라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허재의 용산고 4년 선배인 이홍선 구단주는 최근 "허재는 팀의 상징적인 존재다. 당분간 남아주기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한 반면, 이구단주의 용산고 동기인 최형길 부단장은 "모두가 축하하는 지금이 은퇴하기 좋은 시기 아니냐"는 의견을 밝혔다.

팬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가장 좋을 때 떠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대개는 "한두 시즌만 더 뛰어달라"는 바람이다.

허재는 "한두 시즌 정도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며 현역 생활에 대한 미련을 내비쳤다. 구단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결정은 의외로 빠를 수도 있다.

한편 TG 선수들은 어려운 구단 사정에도 불구하고 두둑한 우승보너스를 받을 전망이다.

최형길 부단장은 14일 "지난해 우승팀 동양과 비슷한 수준의 보너스를 줄 작정"이라고 말했다. 동양의 지난해 보너스는 5억원 가량이었다.

TG는 지난해 동양화재에 보험료 1천5백만원을 내고 가입한 우승보험금 1억원과 한국농구연맹(KBL)에서 주는 우승상금 1억원 등 2억원은 확보해 놓았다. 최부단장은 "3억원은 모기업에서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진석.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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