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무임승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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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을 가리켜 「안보의 무임승차국」이라고 한다. 한국을 방패로 삼고 미국의 지원을 받아 공짜로 국방을 해나간다는데서 일컫는 말이다.
지금 국방비가 GNP의 1.%이하인 나라는 세계에 셋밖에 없다. 중립국인 「오스트리아」 (0·9%)와 「멕시코 (0·8%) 일본(0·9%)등이다.
월남전에서 탈진상태가 된 미국이 「닉슨-독트린」을 남겨놓고 떠나면서 일본에 「아시아」지역 방위책임을 분담하자고 제의했다. 미국의 요구는 일본이 국방비를 늘려 자체 해군력을 강화하고 주일미군의 운영비와 우방에 대한 지원을 나누어 맡자는 것이었다.
일본이 응한 것은 미군주둔비의 일부 부담정도. 그나마 일본인 고용원의 인건비 등 몽땅 일본안에 떨어지는 비용이었다.
물론 일본이 군사력을 증강하거나 군사지원을 해준다해도 환영할「아시아」국가는 없다. 일본 군국주위의 전과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소련이 근래 극동군사력을 강화하고 「카터」가 주한미군을 철수시킨다고 하자 일본의 우익보수진영에선 한때 적극적인 국방책을 들고 나왔었다. 그러나 그후 바뀐것은 아무것도 없다. 재계일각에서 국방비의· 2배 증액과 징병제검토를 제의하고지만 그 의도는 군사력강화나 「아시아」보안보다는 불경기 타개책으로 계산된 산업 자구책이라는 후문이다
일본을 나무라듯 미국의 전 국무차관「조지·볼」은 최근 점잖은 제안을 내놓았다. 일본이 항공모함 2척을 만들어 미국에 유료로 대여하면 그것을 서태평양에 배치하여 일본과 한국 등「아시아」우방들을 지키게 하고 일본이 동의한다면 이 항모를 인도양에도 보내 일본의 생명선이기도한 석유수송로를 보호한다 는것이다.
그렇게 되면 7함대의 두 항모가 한꺼번에 「페르시아」만에 이동하여 동북아지역에 힘의 공백지대가 생긴 최근의 불안사태 같은 것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2척을 짓는다면 3년간 40억「달러」가 드니까 일본 국방비는 연O·3%(GNP비울)정도 늘어나게 된다.
일본측은 자기네 무기수출3원칙정책에 걸려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군화」를 기피하는 「리버럴리즘」인지 무임승차의 기생의식인지 헤아리기 어렵다.<구종서 외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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